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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학폭 논란’ 김승희 의전비서관 사의…尹, 즉각 수리

입력 | 2023-10-20 20:05:00

“엄격한 공사 구분으로 논란 자체 차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및 파트너국 정상회의가 열리는 리투아니아 빌뉴스 리텍스포(LITEXPO)에 도착해 김승희 의전비서관(오른쪽)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김승희 대통령의전비서관이 20일 자녀 학교 폭력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즉각 수리했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날 오후 6시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자녀의 학교폭력 의혹이 제기된 의전비서관은 부모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국정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다”며 “즉각 수리됐다”고 밝혔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지 7시간, 대통령실이 진상조사에 착수한 지 4시간여 만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김 비서관 자녀 학폭 논란을 제기한 직후 곧바로 감찰에 착수했다. 또 김 비서관을 중동 순방 수행단에서 배제하고 공직기강 조사에 들어간 것은 대통령 핵심 참모 비호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성격이 깔려 있다. 김 비서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임이 깊다는 점에서 중동 순방 불과 하루 전날 대통령 의전을 조율하는 핵심 참모를 수행단에서 배제한 것은 그만큼 윤 대통령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2월 아들의 학교폭력 전력으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직 임명이 취소된 정순신 변호사 건과는 다른 성격의 사안이라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 제기 당일에 순방단 배제 및 조사 착수, 사의 표명과 수리 등이 신속히 이뤄진 것도 대통령비서실 참모진과 그 가족에 대한 비위 의혹을 더욱 엄중하게 대응하려는 차원이라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해 ‘사적채용’ 논란 등 대통령실 인사들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이래 가장 신속하게 이뤄진 조치로 보인다”며 “엄격한 공사 구분으로 논란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윤 대통령이 ‘반성’과 ‘성찰’을 핵심 키워드로 놓고 민심을 회복하겠다는 입장인 가운데 학폭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민심이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대통령실 내부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김 비서관 사표를 수리함에 따라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실 차원의 조사는 일단 멈춰설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감찰이 더 진행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일반직 공무원은 감찰 기간 중 사표 제출 시 면직이 불가능하지만 별정직 공무원인 김 비서관은 규정이 다르게 적용돼 사표가 즉각 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3월 1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일본 순방길에 오를 때 김승희 의전비서관(왼쪽)이 수행하고 있다. 뉴시스

감찰 조사를 피하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다는 논란도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대통령실 내에서도 김 비서관 부인이 자녀의 행동을 ‘사랑의 매’에 비유하고, 출석 정지를 내린 날 카카오톡 프로필에 김 비서관이 윤 대통령과 함께 있는 사진을 올린 점에 대해서는 부적절한 처신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자녀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김 비서관 본인이 자세히 얘길하지 않는 이상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김 비서관 부인의 일부 부적절한 처신들이 있었고, 거기에 대해서 김 비서관이 책임을 진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만 1점 차이로 김 비서관의 자녀가 강제 전학을 면한 것과 김 비서관의 직위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의혹 제기가 부풀려진 측면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벤트 대행회사 대표를 지낸 김 비서관은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2009년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함께 수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6월 윤봉길 기념관에서 열린 윤 대통령의 정치 참여 선언식 기획을 주도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홍보본부 기획단장을 맡았다가 올해 4월 윤 대통령 국빈 방미를 앞두고 비서관에 정식 임명됐다.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이 인연으로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캠프에 합류해 의전비서관까지 올라갔간 김 여사의 비선 실세”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무리한 프레임”이라고 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