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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B 2곳 500억원대 ‘고의적’ 불법 공매도 첫 적발

입력 | 2023-10-16 03:00:00

금감원 “사상 최대 과징금 부과할 것”
해당 2개社 “고의성은 없었다” 해명
올 불법공매도 적발, 외국계가 과반




금융 당국이 장기간 관행적으로 불법 공매도를 일삼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을 처음 적발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주식을 사서 갚는 투자 기법으로, 이 중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미리 팔아버리는 무차입 공매도는 국내에서 불법으로 간주된다. ‘개미 투자자’들이 불법 공매도의 주범으로 의심하던 글로벌 IB의 행태가 드러난 것으로 금융 당국은 이들 2개 회사에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15일 금융감독원은 공매도 조사전담반을 통한 조사 결과 총 560억 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를 한 홍콩 소재 IB 2개 회사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주식을 갖고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리 파는 무차입 공매도는 시장 교란의 우려가 있어 한국에선 2000년부터 자본시장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금감원은 “글로벌 IB가 실수나 착오가 아니라 고의성을 가지고 불법 공매도를 한 사례를 적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A사는 2021년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카카오 등 101개 종목에 대해 총 400억 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했다. 이 회사는 이 과정에서 소속 부서 간에 빌려준 주식까지 중복으로 계산해 과도하게 표시된 잔액을 기초로 공매도 주문을 했다. 그 결과 매매 거래 다음 날 결제해야 되는 수량이 부족한 걸 알고도 원인 규명을 하거나 시정 조치를 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사후 차입 방식의 공매도를 사실상 방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B사는 2021년 8월부터 넉 달간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의 무차입 공매도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이들 종목에 160억 원 상당의 공매도 주문을 할 때 최종 체결된 공매도 수량을 기초로 주식을 빌리는 차입 계약을 사후에 확정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들 회사는 금감원에 “공매도 거래의 사실 관계는 인정하지만 고의성은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금감원은 “현재까지 불법 공매도로 인한 과징금을 가장 많이 부과받은 회사는 오스트리아 소재 금융회사인 ESK자산운용으로 올 3월 38억 원”이라면서 “2개 회사는 그보다 더 많은 과징금을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에 대한 제재는 금감원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심의와 의결을 거친 후 확정된다.

글로벌 IB의 고의적 불법 공매도를 적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전체 불법 공매도 적발 건수에서 헤지펀드 등 외국계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절반을 넘는다.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외국계 기관이 불법 공매도로 제재받은 건수는 23건으로 전체(45건)의 51%로 나타났다. 이들이 과태료나 과징금을 받은 액수는 98억9120만 원으로 전체의 92.4%에 달한다. 한편 금융회사들이 불법 공매도로 제재받은 건수는 2020년 4건, 2021년 16건, 지난해 32건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