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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실패 딛고 VR콘텐츠 재창업… 폐업 아픔 잊고 화물차 도전

입력 | 2023-09-27 03:00:00

[2023 리스타트 잡페어]
재창업-재취업 ‘오뚝이’ 자영업자들



불경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폐업한 소상공인들의 재기가 이어지고 있다. 은광하(왼쪽), 최희민 씨(가운데)는 폐업의 아픔을 딛고 재창업을, 박순영 씨는 폐업 후 야간 화물차 기사로 재취업했다.



“폐업해도 주저앉지 않았어요. 실패에서 배운 것도 다음 사업의 밑천이 되니까요.”

학창 시절부터 게임 마니아였던 은광하 씨(50)는 게임 디자인 전공에 게임회사 근무 경험을 살려 2009년 게임회사를 창업했다. 당시 유행하던 모바일 롤플레잉게임(RPG)을 만들어 사업은 그런대로 굴러가는 듯했다. 문제는 큰 성장 없이 사업이 제자리를 맴돌았다는 것. 승부수를 띄웠다. 거액을 투자해 또 다른 게임을 내놓은 것. 결과는 대참패였다.

결국 폐업한 그는 다시 일어설 궁리를 했다. 스크린 골프의 센서 개발자와 일했던 기억을 되살렸다. 센서를 활용해 발야구나 티볼 등의 공을 고정하고 경기를 체험하는 ‘가상 스포츠 교실’ 을 구상했다.

2019년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콘텐츠를 만드는 코드리치를 창업했다. 가장 큰 난관은 개발 자금. 그는 폐업자들의 재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접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지원금으로 연구개발(R&D) 사업실을 만들어 거액의 센서 장비를 살 수 있었다. 현재 코드리치의 가상 스포츠 교실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160곳에 설치됐고, 코드리치는 매출 50억여 원에 직원이 30명 가까이 되는 탄탄한 기업으로 거듭났다. 그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 학교 학생들이 가상 스포츠 교실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재창업한 보람이 크다”고 했다.



● 실패에 굴하지 않고 도전에 도전
불경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업을 접어야 했던 사람들의 회생이 이어지고 있다. 재창업에 나선 이들은 실패에서 배운 경험을 교훈 삼아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재창업 자금 지원 등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었다.

4050 여성들의 패션 플랫폼 ‘퀸잇’을 운영하며 총 700억 원의 투자를 받은 라포랩스 창업자 최희민 씨도 숱한 실패를 딛고 일어선 경우다. 처음엔 2030세대를 위한 경영 경제 뉴스 요약 회사를 창업해 회원을 1만 명 넘게 확보했지만 돈은 벌리지 않아 사업을 접었다. 또 인도의 2030세대를 대상으로 결혼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 재창업했다. 이 역시 지리적, 문화적 차이를 극복 못 하고 또다시 사업 정리의 수순을 밟았다. 이번엔 4050세대의 급증과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성장세를 주목해 현재의 퀸잇을 내놓았다. 창업진흥원의 재도전 성공 패키지 지원금을 받아서 사업비에 보탰다. 퀸잇은 현재 1300여 패션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그는 “실패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재창업의 디딤돌을 만들었다”고 했다.



● 재취업으로 새 길 찾는 자영업자들

재취업하면서 다시 일어서는 자영업자들도 있다. 사업가가 꿈이었던 박순영 씨(64)는 달걀 포장부터 보일러, 자동차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사업에 도전해 오다가 가장 최근엔 종이 스피커 사업에 정착했다. 2017년 창업한 회사로 버려지는 광고 전단이 아까워, 이를 스피커로 만드는 것이었다. 조달청 소개로 공공 행사에 대량 납품할 기회를 얻게 됐지만 코로나19로 전국의 행사가 취소되며 제작 물량을 모두 폐기하고 회사도 폐업해야 했다.

그는 절망에 빠졌지만 재취업 교육을 받았다. 그는 “코로나19를 원망하며 극단적 선택까지도 생각했지만 교육을 받으며 폐업의 끝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야간 화물차를 운전하며 다음 사업에 도전할 돈을 벌고 있다.

다음 달 5, 6일 이틀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2023 리스타트 잡페어’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이 운영하는 재창업, 재취업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창업진흥원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재창업 지원 사업을 통해 창업 지원금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운영하는 ‘희망리턴패키지’를 통해 재취업 교육을 각각 알아볼 수 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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