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 행사 수상자 5명 참석, 한국서 열려 “과학은 즉각적 결과 내기 힘들어 지속적 투자 없이는 발전 어려워”
2006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조지 스무트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는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 2023’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 행사에서 비다르 헬게센 노벨재단 사무총장이 개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2009∼2014년 이화여대 초기우주과학기술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하는 등 ‘지한파’이기도 한 그는 “한국은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에 대한 투자로 평면TV 등 전자제품의 발전을 이뤄냈다”며 “기초과학에 투자를 한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오히려) 절실하다”고 말했다.
‘꿈의 나노물질’로 불리는 그래핀을 발견해 2010년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예산 삭감으로 인한 과학계의 혼돈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것은 ‘과학적인 발견’과 ‘선거의 주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과학은 4, 5년 만에 즉각적인 결과물을 내기가 힘들기 때문에 ‘남는 예산’을 할당받게 된다”며 “(예산 삭감으로) 한국 연구계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노벨상 수상자들은 한국 등 정부의 연구개발 정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조언도 했다. 2017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요아힘 프랑크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연구가 특정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라는 등 정부 투자가 과학자들에게 ‘압력’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며 “(가설을 설정하고 실험을 통해 증명하는) ‘가설 기반 과학’을 연구하는 데 정부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 정부가 최근 R&D의 성과에 따라 ‘상대평가’를 도입한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2013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레빗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과학자가 시도를 하고 실패를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처벌’이 아닌 ‘보상’을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연구 평가의 경우 특정한 기준을 가지면 편향성을 가져올 수도 있기에 오랜 시간과 면담을 통해 (관찰하는) 무작위적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헬게센 사무총장은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한국에 언제 수상자가 나올지는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서도 “한국은 과학 분야 수상자가 없지만 연구 및 연구진의 퀄리티가 높다”고 평가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