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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3분의 1 화상 입어야 치료비 지원?…현실 반영 못한 보상 기준

입력 | 2023-09-14 16:12:00

부산 동구 목욕탕 폭발 화재로 화상을 입은 경찰관 A씨. 경찰에 따르면 임상진단에서 체표면적이 5% 내외로 나왔다. 부산경찰청 직장협의회 제공


최근 부산의 한 노후 목욕탕에서 폭발 화재가 발생하면서 현장에 있던 경찰과 소방이 화상을 입은 것과 관련해 간병비 지원 기준이 턱없이 높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은 간병비 걱정을 덜기 위해 전액을 부상자들에게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지원 기준 개정 없이는 앞으로 비슷한 화재 사고 시 같은 피해 사례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공무원연금공단의 공무원 재해 보상 기준에는 총 9가지 기준이 있고, 이중 화상 피해자의 경우 화상의 범위가 체표면적(신체 부위 중 화상 부위의 비율)의 35% 이상이어야 간병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

부상의 정도에 따라 구분된 간병 1~3등급(1등급이 가장 심각)의 세부적인 기준을 보더라도 신체의 화상 부위가 35% 미만일 경우에는 간병료를 지원받을 수 없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목욕탕 폭발 화재로 다친 경찰관 3명의 경우 임상진단에서 체표면적이 5% 내외로 나왔다. 공단의 간병료 지급 기준에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화상 피해를 입은 한 소방대원도 기준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의 체표면적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4일 폭발 화재가 발생한 부산 동구 한 목욕탕에서 소방과 경찰 관계자들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3.9.4 뉴스1

이를 두고 경찰과 소방에서는 현실성 없는 기준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통 체표면적 15% 이상일 경우 신체에 위험한 수준으로 간주한다.

현재 입원 치료 중인 경찰관 A씨는 얼굴과 손에 화상을 입어 정상적인 거동도 불편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간병료 지급 기준 중 하나인 ‘두 손의 손가락을 사용하지 못하게 돼 혼자 식사할 수 없는 경우’의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공단에 치료비 지급 신청을 해둔 상태다.

하지만 지급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다 혹여나 지원 대상 미적합 결정을 받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치료비 지급 승인만 기다리다가 혹시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경찰 동료들이 자발적으로 치료비를 모금하고 있다”며 “양손을 쓰지 못하더라도 일부 지원 대상에 인정되지 않는 사례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경찰 내부에서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에 부상을 당한 경찰관 모두 사비로 치료비를 내는 일이 없도록 전액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도 체표면적 등 치료비 지급 기준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기준 개정 요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병비를 지원받더라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급 기준 9가지 중 2가지를 충족해도 부상의 정도가 더 심한 1가지 기준의 보상금액으로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체표면적이 35% 이상이어서 간병 3등급을 받고, 팔 부상으로 혼자 거동이 어려운 경우의 기준에서 간병 2등급을 받으면 2등급의 7만1000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화마에 변을 당한 A씨 등 경찰 3명은 현재 화상치료 전문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한달 전 결혼한 새신부 A씨는 약물 주사를 맞으며 수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부산경찰청 직장협의회는 전날부터 모금운동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1500만원이 모금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정학섭 부산경찰청 직장협의회장은 “화상 치료의 경우 비급여라서 레이저 시술 등 치료비가 사비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공무수행으로 인한 화상 지원비의 법과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