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상 정치부 차장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여야 정쟁이 ‘단식’ 대 ‘먹방’ 대결로 흐르고 있다.
3일 현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단식 4일째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단식을 푸는 조건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 천명 및 국제해양재판소 제소’와 함께 ‘민생 파괴·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국민 사죄’, ‘전면적 국정쇄신과 개각 단행’을 내걸었다. 앞서 6월 민주당 윤재갑, 우원식 의원이 오염수 반대 단식 농성을 벌였다.
이 대표는 단식 선언 날 “일본의 핵 폐수 투기 테러에도 저항은커녕 맞장구치며 공범이 됐다”고 정부를 겨냥했다. 이 대표의 기자회견문은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며 불안감을 ‘증폭’하는 주장이 넘쳐났다. 검찰이 4일 이 대표 출석을 요구한 상태에서, 게다가 국정감사와 민생법안 처리 등 할 일이 산적한 9월 정기국회 시작을 하루 앞두고 단식을 시작하자 당장 ‘방탄용 단식’이란 비판이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은 ‘과학 정당’을 표방하며 ‘괴담’을 배척하고 안전하다는 메시지도 반복적으로 전달한다. 그 핵심에 ‘오염수’ 용어를 일본식 표현인 ‘오염 처리수’로 공식화하는 움직임이 있다. “오염된 것을 처리해서 내보낸 물”이란 주장이다. 이런 용어 변경이 당장 국민에게 와닿을지도 의문이다.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 한 방송에서 2008년 광우병 사태를 돌아보며 “정부가 광우병에 걸릴 정확한 확률을 근거로 국민과 소통하려 했지만, 국민은 ‘뭐야 지금 내가 불안한데, 숫자를 갖다 대느냐’는 반응을 보였다”는 취지로 말했다.
여야가 국민 불안 증폭과 억제란 극단적 갈림길로 가면서 공방만 격해지고 있다. 이 대표는 3일 정부·여당의 ‘오염 처리수’ 변경 검토에 “오염수를 오염수로 부르지 못하게 창씨개명하는 해괴한 언사”라고 ‘친일’ 프레임으로 공격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 노림수’라며 “국민 불안과 맞바꾼 방탄 장외집회”라고 저격했다.
결국 이 땅에는 불안한 국민만 남았다. 1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후쿠시마 방류로 해양과 수산물이 오염될까 걱정된다는 답이 75%였다. 걱정되지 않는다는 답은 22%였다. 야당은 과학적 근거는 완전히 외면했고, 여당은 과학적 안전만 되뇌지만 안전과 안심은 또 다른 문제다. 여야 모두 불안한 국민을 자당에 유리한 정치 전략에 활용할 생각부터 멈춰야 할 때다.
박훈상 정치부 차장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