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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최한나]불황 땐 무조건 쥐어짜기? 공격적 투자 반드시 병행해야

입력 | 2023-08-25 00:00:00

최한나 HBR korea 편집장


여름휴가가 일단락되면서 기업들이 내년으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최근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국내 모 그룹사 역시 임원들이 올해 정산과 내년 계획 수립을 근래 주요 업무로 삼고 있다고 했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첫해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던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와 중국에 좀 더 유화적으로 접근하려는 미국의 외교적 노선 조율(디리스킹) 등은 물론이고 지속적인 금리 동결과 여행을 비롯한 오프라인 수요 폭발 등 대내외적 요인의 변화가 작지 않은 해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결합한 불황이 여전하지만 내년 경기는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물가가 하향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어 긴축적 통화정책이 방향을 달리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위축됐던 소비가 한층 더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의견을 구해 보니 전문가들은 대체로 ‘완만한 회복세’ 정도로 표현했다.

안심하기는 이르다. 위험 요인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는 게 첫 번째다. 2000년대 중국은 줄곧 10%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장기간 고속 성장을 이어왔다. 2007년 성장률은 무려 14.2%였다. 골드만삭스나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2040년쯤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 성장세가 둔해지고 팬데믹 기간에 국경을 막은 탓에 성장률이 3%대로 떨어졌다. 인구 고령화와 출생률 하락, 사회적 양극화 등 구조적인 문제로 기초 체력이 약해진 데다 부동산이나 금융업계에서의 채무불이행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우리 경제의 암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와 같은 은행권 위기가 재발하는 경우, 유럽에서의 전쟁이 극도로 길어지거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도 시나리오에 포함해야 한다. 이래저래 내년도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2000년대 경기 불황이 닥쳤을 때 사무용품 전문업체인 오피스디포는 전체 인력을 6% 감축하는 등 전방위적인 비용 절감으로 일관했다. 반면 경쟁사 스테이플스는 실적이 저조한 일부 매장을 폐쇄하는 한편 문구류 중 고급 라인을 확대하고 관련 서비스 인력을 10% 보강하는 등 전반적인 포트폴리오 조정 및 신규 성장동력 발굴에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불황 이후 오피스디포보다 30%나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경기가 안 좋을 때 많은 이들이 반사적으로 비용 절감을 떠올린다. 하지만 절약에만 주력하면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리더가 비용을 줄이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 조직이 위축되고 조직원들이 비관적인 관점을 갖기 쉬우며 신규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설득력을 잃는다. 리더는 보수적인 조직 운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반드시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 불황 이후의 경기 회복기 내지는 상승기에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경영학계의 대가 비제이 고빈다라잔 다트머스대 교수가 “경기 불황은 큰 꿈을 꾸고 다음 성장을 위한 계획을 짜야 할 시기”라고 말한 이유다.





최한나 HBR korea 편집장 h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