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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강경석]112는 국민이 마지막 기댈 곳… 경찰의 거짓말 반복돼선 안돼

입력 | 2023-08-16 23:42:00

강경석 사회부 차장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윤희근 경찰청장 인터뷰 자리에서 필자가 가장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불거졌던 경찰의 허위 출동 논란에 대한 경찰 수장의 생각이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15일 발생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지도 않았는데 112 신고 처리 시스템에 허위로 출동한 것처럼 처리했다며 경찰관 6명을 수사 의뢰했고,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윤 청장의 대답은 예상외로 명확했다. 그는 “우리 현장 경찰관을 신뢰한다. (국무조정실 발표에 대해) 절차적으로 아쉬운 건 있지만 나름 공정하게 가고 있다고 본다. 허위 보고는 아니라고 신뢰한다”고 했다. “수사 중이라 개인적 입장을 밝히는 건 부적절하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피해 가지 않을까 하는 예상과는 달랐다.

국무조정실은 수사 의뢰 발표 당시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출동했던 현장 경찰들의 범죄 혐의에 대해 피의사실 공표에 가까울 만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에 경찰은 이례적으로 강하게 반발했다. 국무조정실 발표 이틀 만에 참사 당일 현장에 출동했던 오송파출소 소속 순찰차 블랙박스 영상까지 공개했다.

진실게임까지 감수하면서 경찰이 반발한 배경에는 112 신고를 둘러싼 ‘거짓말 트라우마’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1년 전 경찰은 경기 수원시 주택가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피살 사건과 관련해 미숙했던 초동 대처에 대한 비판이 일자 거짓말로 일관해 논란을 키웠다. 당시 피해자는 경기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 “○○초등학교 조금 지나서 ○○놀이터 가는 길쯤에 있는 집이다. 성폭행당하고 있다. 빨리요. 빨리요”라고 알렸다.

하지만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살해범 오원춘에게 납치돼 문을 걸어 잠근 채 생사의 경계선에서 사투를 벌이던 피해자에게 “자세한 위치 모르겠어요?”라며 반복해 묻느라 골든타임을 날려 버렸다. 경찰은 처음엔 “장소도 모른다는 내용의 15초가량의 짤막한 신고 내용이 전부였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7분 36초간 신고 전화가 끊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경찰은 담당 간부들을 모두 경질하고 대대적 감찰을 벌였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 때도 경찰청에서 “일반적인 불편 신고 정도였다”고 한 112 최초 신고에 실제로는 구체적인 장소와 압사 가능성까지 언급됐지만, 경찰은 사고 직전까지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경찰청 특별감찰을 통해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이 출동하지 않고도 출동했다고 경찰 내부 시스템에 입력한 사실이 적발됐다

국민들은 재해든 범죄든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이 되면 112에 전화를 걸어 마지막 기댈 곳을 찾는다. 윤 청장의 말처럼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경찰의 112 신고 대처가 11년 전, 그리고 지난해와 달랐길 바란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경찰의 거짓말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