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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배터리 기업들, 美 IRA 규제 우회 한국에 투자”

입력 | 2023-08-01 03:00:00

블룸버그 “최근 5곳 40억 달러 투자
한미 FTA로 보조금 조건 충족 판단
바이든 ‘中 배제’ 계획 무너뜨릴 수도”
“합작기업 수혜 대상서 제외” 경고도




중국 배터리 소재 및 광물 기업들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우회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에 투자하고 있다. 일정 비율 이상 중국산 핵심 광물이나 부품을 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는 세액공제(보조금) 혜택을 주지 않는 IRA 조항을 피하기 위해 한국 기업과 손잡거나 한국에 공장을 짓는 것이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4개월간 중국 배터리 관련 기업 5곳이 한국에 총 40억 달러(약 5조1000억 원)를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중국 기업도 전북 새만금에 공장을 지으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들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IRA의 ‘우려 국가’ 및 자유무역협정(FTA) 조항 때문이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채굴한 배터리용 광물 및 부품을 일정 비율 확보해야 한다. 사실상 중국을 가리키는 우려 국가의 광물이나 소재 비중이 클수록 보조금을 받지 못할 확률이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FTA를 맺은 한국은 이 같은 IRA 조건을 충족할 생산기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배터리 핵심 광물(리튬 코발트 등)과 부품(양·음극재 등)의 중국 의존도가 매우 큰 한국 기업으로서도 중국과의 합작을 반기는 분위기다. 세계 1위 코발트 생산 업체인 중국 화유코발트는 포스코 배터리 소재 계열사 포스코퓨처엠 및 LG화학과 각각 1조2000억 원 규모의 전구체(前驅體·특정 화학 반응 등에서 최종적으로 얻을 수 있는 물질이 되기 직전 단계의 물질) 합작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올 3월 SK온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중국 거린메이(GEM)와 전구체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양극재 기업 룽바이는 최근 “한국 정부가 음극재 소재인 삼원계 전구체를 연간 8만 t 생산할 수 있는 한국 공장 건설안을 승인했다”며 “한국 생산 제품은 미 IRA 관련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증가하는 한중 배터리 합작에 대해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계획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외시키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는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렵고 허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우려 국가 조항 세부 지침을 작성 중인 미 정부에 중국산 비중을 늘려 달라는 로비를 벌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업계도 중국 배터리 부품 규제 완화 로비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미 자동차 기업 포드는 중국 배터리 업체 CATL과 기술 제휴 형태로 IRA를 우회하려 하고 있다.

다만 미중 갈등 와중에 한중 협력은 정책적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제임스 리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미국이 IRA 세액공제 수혜 대상에서 중국 합작 기업을 언제든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원 무기화에 시동을 건 중국은 1일부터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 핵심 소재인 갈륨 게르마늄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한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