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창 경제부 차장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는 올해 초 학생들의 기초학습을 도와줄 강사를 모집했다. 1명을 뽑는 데 8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8 대 1이었다. 교사로 40년 가까이 일하다 퇴직한 선생님뿐만 아니라 대학원까지 마친 고학력자들도 서류를 제출했다. 선발 과정을 담당한 A 교사는 “일흔이 넘었는데 지원서를 낸 분도 있었다”며 “은퇴하기 전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 자체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미 한국의 55∼79세 10명 중 6명은 일을 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5월 55∼79세 고령층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0.2%였다. 고령층 경제활동참가율이 60%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으로, 3년째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65세 넘어서도 일하는 노인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취업자는 326만5000명으로 2017년보다 50% 넘게 증가했다.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9%에 육박한다.
일하는 노인이 늘어나는 건 수가 많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하기 시작한 만큼 불가피하다. 이들이 여전히 노동시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나 ‘돈’이 크다. 실제로 전체 고령층 가운데 지난 1년 동안 연금을 받은 이들의 비율은 50.3%에 그쳤다. 이들이 한 달에 받은 전체 연금 수령액은 평균 75만 원이었다. 생활비 등 돈이 필요해 일을 해야 하는 노인들이 많은 셈이다.
그러나 높아지는 고령층 경제활동참가율을 생활비 측면으로만 들여다보면 놓치는 부분도 있다. 계속 일하고 싶어 하는 55∼79세 가운데 ‘일하는 즐거움’을 그 이유로 꼽은 이들은 35.6%에 달했다. 일자리를 선택하는 기준도 ‘일의 양과 시간대’(29.6%)를 ‘임금 수준’(20.5%)보다 더 많이 꼽았다. 나이 들어서도 본인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챙기며 일하고 싶은 이들도 많다는 뜻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때 나이가 같더라도 성별이나 교육 수준, 자산 등에 따라 일자리를 대하는 모습은 크게 달라진다. 지난해 노인 일자리를 비롯해 정부의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전체 예산은 약 32조 원이었다. 하지만 예산 편성, 배분 과정에서 체계적인 고령층 고용정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65세 넘어서도 일하는 이들을 위해 정부는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