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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61시간 근무 편의점주 “내가 더 일해야”… 최저임금 인상 한숨

입력 | 2023-07-20 03:00:00

소상공인 “경영 악화 우려”
“주휴수당 포함땐 시급 1만원 넘어”
무인설비 늘려 일자리 줄이는 곳도
음식점 등 “메뉴 가격 올릴 수밖에”




#1. 경기 의정부시에서 10년간 편의점을 운영해온 50대 점장 장웅선 씨는 평일은 11시간, 주말엔 3시간씩 직접 매대를 지킨다. 주당 61시간이다. 2013년 시작할 때는 주중에 8시간 근무하고 주말은 쉬었다고 한다. 최저임금이 몇 년 새 가파르게 오르면서 아르바이트생을 줄였고, 장 씨 근무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그는 “2013년 최저임금이 4000원대였는데 지금은 주휴수당까지 주면 이미 실질 시급이 1만 원이 넘는다”면서 “내년엔 더 오른다니 내가 더 일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며 착잡해했다.

#2. 경기 고양시의 60대 편의점주 A 씨는 재계약 시점인 올해 말 아예 무인 계산대를 설치할 수 있는 편의점 브랜드와 계약할 예정이다. A 씨는 “최저임금이 올라 1년째 부부가 돌아가며 근무하다 보니 가족과 함께할 시간도 없고 건강도 나빠졌다”며 “최소한 야간에라도 쉴 수 있도록 야간 무인 매장을 제안하는 업체를 골라 재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편의점 4사(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에 따르면 무인 점포 수는 2019년 208개에서 지난해 16배인 3310개로 늘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19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5% 높은 시급 9860원으로 결정하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은 또 한번 한숨을 내쉬고 있다. 지금도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는데, 추가적인 인건비 인상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경기 안산시에서 자동차정비소를 운영하는 김동경 씨는 “정비업계는 인건비가 52∼54%를 차지한다”며 “요즘은 신차마다 사고 방지 기능이 잘돼 있어 가뜩이나 정비소를 찾는 이들이 줄었는데 임금까지 올려줘야 해 부담이 크다. 사업이 존폐 기로에 놓인 상황”이라고 했다. 같은 지역에서 23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동관 씨는 “최저시급이 1만 원대까지 가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타격 후 아직 회복이 안 됐는데 직원 임금은 계속 올려야 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 씨는 “직원 한두 명이 더 필요한데도 인건비 부담이 커서 추가 채용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양식집을 운영하는 C 씨는 “최근 물가가 올라 똑같은 양의 식재료를 시켜도 지난해 대비 월 150만 원 정도 지출이 늘었다”며 “임금까지 계속 올라 올 초 이미 직원을 2명 줄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유소들도 수익성이 지속 하락하면서 인건비조차 주기 힘든 곳이 많다. 그렇다고 곧바로 무인화 설비를 들여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무인 시설을 갖추려면 주유기 한 대당 2500만 원이 든다. 작은 주유소라도 1억 원 이상 필요하다는 얘기다. 서울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D 씨는 “투자 여력이 있어서 셀프 매장으로 바꾼 곳들도 있지만 아르바이트생 수부터 줄이고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버티는 곳이 더 많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중에선 소비자가격을 인상하는 곳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B 씨 역시 “일단 샐러드같이 본래 비싸지 않았던 메뉴 위주로 가격을 올릴 생각”이라고 했다. 이런 움직임은 추가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포인트 오르면 외식과 제품 가격 등에 반영돼 소비자물가가 0.07%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중소·중견기업들 역시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다.

경남 양산시의 중소 자동차부품 업체 임금 담당 E 과장은 “원래도 수익률이 2∼3%에 불과한데 인건비 부담으로 수익성이 더 나빠질 것”이라며 “생산량이 정해져 있으니 임금이 올랐다고 사람을 덜 쓸 수는 없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5대 그룹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들과의 상생을 고민한다면 납품 단가를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경기가 좋으면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요즘 같은 때는 대기업도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