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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멈춰 세운 불법 파업… 스스로 빌미 준 ‘개혁 명분’[광화문에서/김창덕]

입력 | 2023-07-14 00:00:00

김창덕 산업1부 차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지부(현대차 노조)가 12일 5년 만에 파업을 강행했다. 부분파업이라지만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분명한 불법이었다.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에서 난항을 겪고 있어서가 아니다. 올해 교섭은 11일까지 7차례 진행됐을 뿐이다. 노사 대표가 상견례를 하고 교섭 테이블에 앉아 노조 요구안을 읽어내려가는 단계다. 보통 20차례 안팎의 교섭이 진행됐을 때 노조 요구안 읽기가 두 번 정도 끝난다고 한다. 이때부터 노사 양측은 본격 협상에 들어간다. 노조도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파업(쟁의)을 위한 절차를 밟는다. 아직은 파업 운운할 때가 아니었단 얘기다.

현대차 노조가 법을 어기면서까지 파업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도 2019년부터 4년 연속 무파업으로 임협 또는 임·단협을 타결했던 좋은 기억을 뒤로한 채 말이다.

첫째는 금속노조의 압박을 꼽는 이가 많다. 형제 단체인 기아 노조는 5월 31일 민노총 총파업 당시 부분파업으로 동참했다. 기아의 노사 간 임·단협이 이달 3일에야 시작됐으니 당연히 쟁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 파업이었다. 당시 현대차 노조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5월 총파업 때 기아와 달리 현대차가 빠지면서 이번엔 금속노조로부터 현대차지부에 강한 압박이 들어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반대로 기아는 이번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결국 금속노조 입장에서는 대표 사업장인 현대차와 기아가 한 번씩은 상급단체의 뜻에 동참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둘째는 불법 파업을 해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2018년 5월 현대차 노조가, 같은 해 11월에는 현대차 및 기아 노조가 불법 파업을 했다. 3건 모두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기소유예였다. 검찰이 불법파업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나아가 야당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은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기업은 노조원별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 파업은 단체행동인데, 개인별로 손해액을 발라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재계에서 “손해배상 청구는 불법 파업을 막을 마지막 카드인데, 이를 무력화시키는 법”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요약하자면 현대차 노조는 결국 상급단체의 정치파업에 들러리를 서려는데, 불법이라고 해도 딱히 책임을 묻지도 않으니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게 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노총의 총파업이라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파업 행태”라며 “현대차 경영진이 정권 퇴진이나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를 위해 무얼 할 수 있나”고 반문했다.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명백히, 정치 파업은 적법한 파업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민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의지에 맞서 3일부터 산별노조가 돌아가며 순환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거리에 나서 확성기를 든 그들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개혁 대상’임을 스스로 입증해 내고 있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