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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시 “‘유엔군 초전기념식’ 국가기념행사로 격상해야”

입력 | 2023-06-22 03:00:00

이권재 시장, 보훈부 장관 만나 건의



이권재 경기 오산시장(왼쪽)은 최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을 만나 ‘유엔군 초전 기념식 및 스미스 부대 전몰장병 추도식’을 국가 기념 행사로 격상시켜 줄 것을 건의했다. 경기 오산시는 매년 7월 5일 죽미령평화공원에서 ‘유엔군 초전 기념식 및 스미스 부대 전몰장병 추도식’을 연다. 오산시 제공

오산시 죽미령평화공원 조감도. 오산시 제공


1950년 7월 4일 경기 오산시 죽미령 고개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던 미8군 24사단 소속 보병과 포병을 합친 스미스 특수임무부대원 540명이 죽미령에 투입됐기 때문이다. 유엔군 지상병력이 6·25전쟁에 처음 투입된 역사적 순간이었다.

6·25전쟁 발발 직후 서울이 함락되는 등 한국이 위기에 봉착하자 해리 트루먼 미 대통령은 더글러스 맥아더 극동군 겸 유엔군 총사령관에게 “한국을 도울 최선의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이에 맥아더 장군은 오키나와에 주둔해 있던 스미스 부대원 투입을 명령했다.

● 낙동강 전선 교두보된 죽미령 전투

1950년 7월 5일 죽미령 전투는 치열하게 진행됐다.

오전 7시 반 소련제 T-34 전차 8대를 선두로 한 북한군 5000여 명이 남하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오전 8시 16분경 북한군 전차가 사거리에 들어오자 스미스 특임대는 105mm 곡사포를 발사했다. 오후 2시 반까지 치열한 전투가 전개됐으나 부대를 이끌던 찰스 스미스 중령은 수적 열세로 인해 퇴각을 지시했다. 이 전투에서 부대원 540명 중 181명이 전사하거나 포로로 잡혔다.

박연희 오산시 학예연구사는 “죽미령 전투는 유엔군이 패배한 전투지만 당시 북한군도 재정비하는 데 열흘이 넘는 시간을 들일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며 “유엔군이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하고 인천상륙작전을 준비할 시간을 벌었던 중요한 전투”라고 설명했다.

경기 오산시는 매년 7월 5일 죽미령평화공원에서 ‘유엔군 초전 기념식 및 스미스 부대 전몰장병 추도식’을 갖고 당시 전투를 기리고 있다. ‘동맹의 시작점’이었던 오산 죽미령 전투를 기억하자는 취지다. 오산시 관계자는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추도식을 국가 기념행사로 격상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유엔군 초전 기념식의 위상과 규모가 확대되면 참전국과의 보훈 외교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권재 오산시장은 이달 초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을 만나 기념식 격상을 건의했다. 박 장관은 “죽미령 전투에서 전사한 미군이 6·25전쟁에서 처음 전사한 유엔군인 만큼 해당 기념식의 의미를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국가 기념행사 지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데 행사의 파급력과 취지·목적 등을 살펴 국무회의에 보고한 뒤 시행할 수 있다”고 했다.

● 한미동맹의 출발지 ‘오산 죽미령’

스미스 부대 생존 용사들은 1955년 시민들과 함께 죽미령에 부대원 수와 같은 540개의 돌을 쌓아 기념비를 세웠다. 매년 7월 5일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추도식이 열린 건 그 이후부터라고 한다.

올해 추도식은 ‘한미동맹의 출발지, 오산 죽미령에서 다시 시작’이란 슬로건으로 열릴 예정이다. 스미스 부대 참전용사 유족 4명도 참석한다.

오산시는 죽미령평화공원 내 유엔군 초전 기념관도 운영 중이다. 2013년 초전 기념관 개관 때는 6·25전쟁 전쟁영웅 고 백선엽 장군이 참석했다. 2020년 죽미령평화공원 개관식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주한미군 관계자들도 매년 죽미령평화공원과 초전 기념관을 찾고 있다. 이 시장은 “한미동맹의 시작점이 된 죽미령 전투를 기념하는 행사를 국가 주도로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산=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