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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칼럼]담배 속 유해물질 전면 공개해 국민 건강 지켜야

입력 | 2023-05-25 03:00:00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


최근 한 커피믹스 제품에서 실리콘 성분이 검출돼 제조사가 리콜을 결정했다. 많은 국민이 즐겨 마시므로 불순물이 조금이라도 검출됐다면 만약을 대비해 리콜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커피믹스만큼 많은 국민이 애용하는 담배는 리콜이 된 적이 없다. 그렇다면, 담배는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안전한 제품일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담배 연기 속 발암물질은 70여 가지, 화학물질은 7000여 가지이다. 심지어 그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담배 연기 속 모든 발암물질과 독성물질의 종류와 양을 알 수 없을뿐더러 제조 과정에서 어떤 물질이 첨가되는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담배 포장지에는 성분의 일부만 공개되고 있어서다. 현행법상 담배 연기 속에 포함된 니코틴, 타르 함량, 그리고 70여 가지 발암물질 중 고작 6가지의 정보만 공개하면 된다.

반면 유럽연합(EU), 캐나다, 미국 등은 담배 제조사 및 수입업자로부터 담배 연기 혹은 배출물뿐만 아니라 담배 제조 시 첨가되는 물질의 종류에 대해서도 보고를 받는다. 그리고 모두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담배 제조사 및 수입업자로부터 93가지 위해물질 혹은 잠재적 위해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출받는다. 정부가 담배 성분을 직접 조사하고, 담배 제조사로부터 제출받으며, 그 결과를 국민에게 알린다. 이는 한국이 2005년에 가입한 WHO 담배규제기본협약 제9, 10조 내용이기도 하다. 2005년 5월 담배규제기본협약 가입 이후 18년이 지났지만 담배 유해성 관리에 관해서는 단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담배 유해성 관리가 포함됐고, 3월 24일 담배 유해성 관리에 관한 제정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안건소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이 법의 골자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협력해 담배 유해성 관리 체계를 수립하고 제조사가 담배 성분을 공개하도록 해 국민의 건강을 지키자는 것이다. 법이 시행되면 담배에 포함된 각종 유해성분 정보에 접근 가능해지고 흡연자의 금연 의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흡연으로 인해 연간 5만8000명이 생명을 잃는다. 의료비용과 같은 사회경제적 비용은 12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우리는 그동안 담배에 대해 너무 관대했다. 비흡연자는 궁금하지 않아서, 흡연자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싶어서 그 누구도 정부와 담배 제조사를 향해서 담배 성분을 공개하라고 요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담배의 위해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흡연을 선택하는 상황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이는 제조사가 국내 소비자를 차별하는 것일뿐더러 정부가 국민 건강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번 21대 국회와 정부가 담배 유해성 관리에 관한 제정법을 통과시켜 금연정책에 큰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