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은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된 날들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제게도 5·18을 맞아 용서라는 기적이 일어난 것 같아 광주에 감사합니다.”
5·18 학살과 헌정 질서 파괴 주범 전두환씨의 손자 우원씨는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당일인 18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교정에서 “상징적인 이날 광주시민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점에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5·18기념재단의 도움을 받아 5·18 역사 탐방에 나선 그는 전남대학교 정문을 시작으로 교내 곳곳에 있는 관련 사적지들을 방문했다.
전씨는 동행한 박진우 5·18재단 교육부장의 설명을 곰곰이 들었다. 자신의 할아버지가 내린 계엄령과 이에 따른 피해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그는 숨진 영령들을 떠올리듯 눈을 지긋이 감은 채 고개를 숙였다.
고 박관현 열사의 추모비와 윤상원 열사의 기념흉상 등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은 듯 눈을 빛내며 설명을 들었다. 윤 열사의 흉상으로 향하는 길에 새겨진 시민군 최후항전 당시를 짧게 요약한 글을 보면서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이해했다는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씨는 5·18을 맞아 교내에서 진행되는 헌혈에 참여하려고도 했다. 5·18 당시 헌혈로 생명을 살리고자 동참했던 광주시민들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하는 취지에서다. 헌혈은 건강 문제로 불발됐지만 그는 그를 알아본 시민들과 일일이 인사하고 악수하거나 기념사진을 찍으며 대신 광주를 향한 감사를 전했다.
그는 “(광주에) 좀 더 일찍 왔어야 한다는 후회가 여전하다. 가족들에게 (사죄와 관련해) 강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지난 날들도 후회된다”며 “언젠가는 아버지와 형제 등을 직접 데리고 사죄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 이를 통해 제가 풀어드릴 수 있는 것 이상으로 광주가 치유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5·18은 역사적인 일로만 남는 것이 아닌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정신 계승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된 5·18이 제게도 용서라는 기적으로 다가온 만큼 광주에 많은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