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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직전’ 들불야학 운영 기록물 최초 확인

입력 | 2023-05-15 15:09:00


고(故) 박기순 열사 등 지역 사회운동가들이 노동자들을 위해 열었던 강의 ‘들불야학’의 5·18민주화운동 직전 운영 모습이 43년 만에 확인됐다.

5·18기록관은 최근 들불열사기념사업회로부터 들불야학 4기 운영 개요가 담긴 유인물 총 2점을 기증받았다고 15일 밝혔다.

유인물은 1979년 7월 들불야학 3기생들을 대상으로 한 들불야학의 개요와 교육 방향을 담은 유인물과, 1980년 3월 8일 입교 예정인 들불야학 4기 강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입학식 안내 자료 등 총 2점이다.

1979년 7월 발행된 유인물에는 들불야학과 관련한 개요, 활동, 교육 방침 등을 간략히 소개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회 현상의 불합리로부터 오는 인간의 타락, 비인간화된 상황을 절감한다’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설립 배경, ‘한 학기 6개월 과정을 통한 총 3학기 운영’ 등 상세한 운영 개요가 담겼다.

1980년 3월 8일 발간된 입학식 안내 자료에는 광천동 광천 천주교 교리강습실에서 열리는 4기 들불야학 강학생들을 위한 입학식과 이들에게 적용되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의 교과 시간표가 담겼다.

들불야학은 1977년 진행 중이던 검정고시 야학인 ‘꼬두메야학’이 모태다. 박 열사는 이곳에서 배웠던 강의 방식 등을 바탕으로 이듬해인 1978년 임낙평, 전복길, 김영철, 최기혁, 신영일, 나상진, 이경옥 등 8명과 들불야학을 열었다.

들불야학은 파울로 프레이리의 저서 ‘페다고지’를 바탕으로 한 교육 방침을 세웠다.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가 동등한 주체로서 만남을 가질 때 비로소 교육은 자유의 실천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들불야학은 교사와 학생 구분을 두지 않고 서로 ‘강학’과 ‘학강’으로 칭했다.

야학에 참여한 인물들 중에는 5·18 당시 시민의 편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싸운 이들이 있다. 들불야학 2기가 시작된 1979년에는 ‘5·18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가 합류해 일반사회 과목을 가르쳤다.

1기 강학에 참여한 김영철 열사는 훗날 시민군에 합류해 기획실장으로 활동했다. 박용준 열사는 시민군의 투사회보 제작에 참여, 필경을 전담했다. 박관현 열사는 1980년 4월 전남대 총학생회장에 선출해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 직전 광주지역 학생들을 규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들불야학은 주요 인사들이 체포된 이후 급격히 세가 위축돼 1981년 4월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마쳤다.

기록관은 기증받은 유인물을 통해 5·18 직전 운영된 들불야학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홍길 5·18기록관 학예연구사는 “들불야학 강학생들은 매년 운영 개요와 입학식 등 자료들을 만들어 배포했으나 3기와 4기 운영 당시 배포된 자료는 그간 확보된 것이 없었다”며 “사실상 마지막 학기였던 5·18 직전 들불야학 운영 모습을 연구하는 데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