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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AI가 학폭 감지해 경찰 신고”… 학교·교사 설 자리는 있나

입력 | 2023-05-10 00:00:00

지난 3월22일 서울 홍파초등학교에서 열린 학교 폭력 예방교육에 참석한 학생들이 경찰관의 설명을 듣고 있다. 동아일보DB


교육부는 학교폭력 등 교내 범죄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관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예컨대 화장실에서 아이들이 욕을 하면서 다른 학생을 때리는 경우 음성감지 센서를 통해 학폭이 일어났다는 것을 실시간 파악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 다음에는 학교 관계자와 학교 전담 경찰관에게 학폭 발생 사실과 위치를 전송하고 이들이 현장에 출동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학폭은 피해 학생에게 평생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입히는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학폭 예방 및 가해자 선도·징계는 AI나 경찰이 아니라 학교와 교사가 교육적 측면을 고려하면서 진행해야 할 일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임과 동시에 교육적 가치가 최우선시돼야 할 현장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AI로 감시해서 폭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만들 게 아니라, 그러면 안 된다는 점을 깨우치고 개선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다. 교육 당국이 까다로운 학폭 문제를 ‘학교 밖’으로 떠넘기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AI 시스템이 학폭 방지에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과거에는 학폭이 주로 다른 학생을 때리는 것이었지만 요즘에는 은밀하게 정서를 학대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학폭 가운데 언어·사이버 폭력이 신체 폭력보다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학폭이 벌어지는 장소도 교내보다 학교 밖이 더 많다. 학교에 감시 시스템이 강화될수록 학교 밖이나 온라인상에서의 폭력이 늘어나는 ‘풍선 효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무더기로 수집될 우려도 있다. 이 시스템은 안면 무선인식 기술을 활용해 각 학생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한다. 학생들로서는 ‘빅 브러더’ 체제에 산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교내에서 활동한 모습이 촬영된 영상이나 위치 정보가 고스란히 담긴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갖춘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쌓도록 가르치는 곳이다. 그런데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학폭 대책은 학폭 기록 보존 기간을 늘리고, 모든 대입 전형에서 학폭 이력이 반드시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가해 학생에 대한 지도보다는 처벌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보여주기식 학폭 적발과 처벌에만 매몰돼 교육의 본분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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