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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빈석에 앉게 된 대한민국[세계의 눈/패트릭 크로닌]

입력 | 2023-05-03 03:00:00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워싱턴=뉴시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를 열창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국빈 방문의 기준을 한 단계 올렸다. 동맹의 역사를 축하하고 문화를 함께 기리며, 핵전략을 공고히 하고 미래 첨단기술 질서를 재편하는 것. 윤 대통령은 국가 외교의 모든 분야를 완벽하게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한국의 국가적 진보는 바로 지금 이 순간 가능해졌다. 한국을 글로벌 중추국가(GPS)로 발돋움시키는 일은 이제 윤 대통령에게 맡겨졌다. 윤 대통령의 방문은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한국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주빈석에 앉을 자격이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게 했다.

북한의 핵 위협은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가로막는 영원한 장애물이다. 북한이 미사일 사거리를 넓힐수록 확장억제력은 약화된다.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한국은 미국의 핵 보장에 얼마나 더 의존할 수 있을까.

미국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거나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얼핏 논리적인 해결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오래전 전술 핵무기를 폐기했다. 더욱이 핵 확산을 반대해온 한국이 자체 핵무기 개발로 방향을 선회한다면 한미동맹과 한국의 지위는 위태로워질 것이다.

워싱턴 선언은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힘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인증하는 동시에 확장억제에 대한 합리적인 진전을 가져왔다. 새로운 핵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은 한국이 핵 버튼에 손가락을 올려놓는 것 외에 핵 기획과 전략에 대한 모든 발언권을 갖도록 할 것이다. 전략핵잠수함을 한국 항구에 정박시키고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상륙시키기로 한 미국의 결정은 미국의 핵무기를 한국에 영구 재배치하는 조치에 약간 미치지 못할 뿐이다.

한미일 3자 협력을 통해 일본과 실시간 정보 공유와 미사일방어 협력, 연합 군사훈련을 강화하기로 한 약속은 일부 한국인에겐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은 위협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현시대에 한미일 3국 모두에 국가적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억지력을 강화하려는 이 같은 조치들은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토대를 놓았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다른 지역 파트너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국제적 역할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아세안 중심주의’를 포용하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 및 태평양제도 국가들의 경제 발전 지원을 강화할 것을 요구한다.

한국은 또 일본과 미사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오커스(AUKUS)’ 회원국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기술 부문에서 협력하는 것은 물론이고 ‘쿼드(Quad)’ 회원국과 해상 영역에서 협력할 수 있다. 한국은 또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실현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국빈 방문 직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국제적 문제라고 밝히며 중국의 관심을 받았다.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은 즉각 세계 시장과 국제 질서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다. 대만해협에서 억지력을 강화하고 대만이 무력 통일되지 않도록 충분한 경제·정치적 공간을 제공하는 방안을 찾는 것은 모든 국가들이 직면한 과제지만 한국에 역내 영향력을 과시할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한국은 이달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9월 인도 뉴델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4개 주요 정상회의는 물론이고 세계 정상들이 만나는 국제 협의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왜 국제무대 주빈석에 고정자리를 얻었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시켜 줘야 한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불법적이고 잔인한 침략에 맞서 주권과 국민을 위해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또 핵심기술 분야와 취약한 공급망 개선을 위해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협력하는 일도 필요하다.

이번 국빈 방문은 70년간 한미동맹의 역사적 성공에 화룡점정이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지역을 넘어선 긴급한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및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는 한국의 미래 궤적을 부각한 것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의 방미는 혈맹 관계가 핵 억지력 강화에서 한반도의 평화로 전환될 수 있으며,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전 세계에 새로운 디지털 경제 및 기술 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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