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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 반납한 김광현·김현수…조속한 세대교체 숙제

입력 | 2023-03-17 12:31:00


한국 야구의 전성기를 이끈 투타의 주축이 태극마크를 내려놓으면서 조속한 세대교체가 숙제로 떠올랐다.

한국 야구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은 후 김현수(35·LG 트윈스)와 김광현(35·SSG 랜더스)이 나란히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한국 대표팀 주장을 맡은 김현수는 지난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중국과의 2023 WBC 1라운드 최종전을 마친 뒤 “저는 이제 끝났다. 코리아 유니폼을 입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나이가 들었다. 국제대회에서 두 번 연속 성적이 좋지 않았다. 내려올 때가 됐다”고 했다.

이번 WBC는 김현수가 10번째로 태극마크를 단 대회였다. 김현수는 프로 선수가 참가한 국제대회를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대회에 나섰다. 국제대회 통산 62경기에 출전해 안타 77개를 때려냈고, 타점 38개를 올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만 20세의 나이로 처음 국가대표에 발탁된 김현수는 15년 동안 대표팀 타선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이번 대회에서 ‘라스트 댄스’를 꿈꿨던 김현수는 타율 0.111로 부진했고, 한국의 1라운드 탈락이라는 참담한 결과까지 받아들었다.

김광현은 WBC를 마치고 14일 귀국한 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금까지 국가대표 김광현을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대표팀에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김광현 역시 만 20세의 나이로 출전한 베이징올림픽에서 눈부신 활약을 선보였다. 일본과 대결한 예선 라운드에서 5⅓이닝 1실점, 준결승에서 8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일본 킬러’로 거듭났다.

이후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다. 이번 WBC까지 7차례 국제대회에 나서 17경기에 등판해 59⅔이닝을 던졌다. 성적은 5승 4패 평균자책점 3.92다.

김현수, 김광현 뿐 아니라 그간 국제대회에서 주축으로 활약한 양현종(KIA 타이거즈), 양의지(두산 베어스), 최정(SSG), 박병호(KT 위즈)도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나이를 고려하면 이번 WBC가 사실상 마지막 국제대회였다.

3회 연속 WBC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 야구가 다시 일어서려면 조속한 세대교체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김현수는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히면서 “젊은 선수들이 잘 할 것이라 생각한다. 저보다 좋은 선수들이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김광현 또한 태극마크 반납 의사를 드러낸 글에서 “대표팀을 하면서 많이 성장했고, 배웠다. 국제대회 덕분에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며 “이렇게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후배들에게 넘겨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세대교체를 이루려면 이제 베이징올림픽의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보고 자란 ‘베이징 키즈’들이 성장해줘야 한다.

이번 WBC에 출전한 이정후, 김혜성(이상 키움 히어로즈), 정우영, 김윤식(이상 LG 트윈스), 소형준, 강백호(이상 KT 위즈), 정철원, 곽빈(이상 두산),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이의리(KIA) 등은 대표적인 ‘베이징 키즈’다.

장재영(키움), 문동주, 김서현(이상 한화 이글스)도 한국 야구를 이끌어갈 재목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11월 개최 예정인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은 세대교체의 주축을 이룰 유망주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다.

아시안게임은 연령 제한이 없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선수 선발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23세, 프로 3년차 이하 선수 위주로 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1년 미뤄져 24세, 4년차 이하로 조정했다.

APBC는 젊은 선수들에게 국제대회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창설한 대회다. 2017년 초대 대회 때 24세, 프로 3년차 이하만 출전이 가능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아시안게임과 APBC를 통해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고, 이들의 성장을 이끌어야 3년 뒤 벌어지는 2026년 WBC에서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다시 세울 수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