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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특성화大 540억 지원… 대학들 “교수 구인난 해소가 먼저”

입력 | 2023-03-01 03:00:00

교육부 “공모 거쳐 5월중 8곳 선정… 연간 400명대 반도체 인재 양성”
대학들 “등록금 동결로 재정 압박… ‘억대 연봉’ 전문가 모시기 어려워”
“인센티브 등 유인책 필요” 지적도




정부가 올해부터 반도체 특성화대학 8곳을 선정해 총 540억 원을 지원하고 연간 400명 수준의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학들은 반도체 인력을 키워낼 ‘교수 구인난’이 심각하다고 호소한다. 15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국내 대학교수 평균 연봉이 1억 원도 되지 않다 보니 반도체 같은 첨단분야 전문가 영입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반도체 인력 연간 400명 양성
교육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반도체 특성화대학 재정지원 기본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대학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7월 마련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 방안’의 후속 조치다. 정부는 2030년까지 반도체, 배터리, 미래차, 디스플레이 등 4대 핵심 산업에서 약 7만700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특성화대학으로 선정되는 수도권 2곳, 지방 3곳의 대학(단독형)과 대학 연합 3곳(동반성장형) 등 총 8곳은 공모 절차를 거쳐 5월 중 확정된다. 이 같은 유형에 따라 45억 원부터 85억 원까지 각 대학에 지원한다.

교육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매년 최소 400명의 반도체 인력을 배출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1개 대학 또는 1개 연합당 연간 최소 50명 이상의 인력을 양성해야 하는 셈이다. 반도체 특성화대학으로 지원받기 위해서는 반도체 관련 학과 신설 등 이행 계획을 포함한 추진계획, 특성화 교육과정 운영, 교원·시설 등 기반시설 개선 방안, 학사운영 개편 방안 등을 제출해야 한다.


● 대학들 “등록금 동결로 교수 채용조차 어려워”
대학가에서는 반도체 인력을 육성하고 싶지만 첨단분야를 가르칠 교수를 모셔 오는 것부터 힘들다는 비판이 나온다. 첨단분야 전문가들은 민간에서 최소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데,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 압박이 심해지면서 이들의 수준에 맞는 연봉을 맞춰 주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 A대 총장은 “지난해 초 컴퓨터나 인공지능 쪽 전문가를 교수로 임용하려 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후보자가 당시 받고 있는 연봉을 맞춰 줄 수 없어서 결국 채용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 195곳의 교수, 부교수, 조교수 6만6424명의 평균 연봉은 9697만4000원이다. 국립대보다 사립대가 더 열악해 국립대 교수 평균 연봉은 1억567만2000원이었으나 사립대는 9400만 원에 그쳤다. 서울 B대 관계자는 “박사 졸업 직후 삼성전자 등 대기업 연구원으로 가면 초봉이 1억 원부터이고, 교수로 모셔올 만한 급은 2억∼3억 원 정도를 받는다”며 “‘우리 학교로 오라’고 하기도 민망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지방대 중에서는 반도체 특성화대학 지원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왔다. 경남 C대 총장은 “연봉을 맞춰 주기도 어려울뿐더러 대기업 출신 전문가 중에서는 지방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없다”며 “교수를 구할 수 없을 것 같아 반도체 특성화대학에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첨단분야 인재를 유치하려면 현재 호봉제 기반의 연봉 책정 방식에서 벗어나 우수 교원에게는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반도체 특성화대학 사업 지원금의 사용처는 각 대학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우수 교원을 확보하는 데 지원금을 집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