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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검사 출신 [횡설수설/송평인]

입력 | 2023-02-24 21:30:00


국회의 탄핵 소추로 직무정지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판사 출신이지만 검사 인맥으로 보수 정부에 들어왔다. 대검 중앙수사부장 출신인 안대희 대법관 밑에서 재판연구관을 한 인연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을 지냈고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라는 인연으로 장관이 됐다. 이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를 만들어 경찰국 신설을 추진했다. 위원장인 황정근 변호사와 함께 경찰국 신설에 총대를 멘 검사 출신 정승윤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지금은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 자문위를 대체해 경찰대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 위원장도 검사 출신인 박인환 전 건국대 법대 교수다.

▷윤 대통령은 어제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에 정순신 변호사를 임명했다. 경찰 수사의 최고위 자리에 검사 출신을 임명한 것이다. 정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 2과장을 할 때 대검 부대변인을 지냈고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을 할 때 인권감독관으로 같이 근무했다. 문재인 정부 때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경찰 수사지휘권을 포기하는 대신 직접 수사권을 계속 갖겠다고 한 것은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이다. 그러나 이제 국수본부장에 측근 검사 출신을 임명함으로써 수사지휘권을 넘어선 깨알 같은 수사 지시가 가능해진 셈이다.

▷윤 정부는 경찰국을 신설해 경찰 인사권과 징계권을 확보하더니 국가수사본부장에 검사 출신을 임명함으로써 경찰 장악의 마침표를 찍었다. 법무부 장관도 검찰총장도 대통령의 측근,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행안부 장관도 국수본부장도 대통령의 측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관할 범위가 남아 있긴 하지만 공수처가 무기력한 수사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대통령 자신은 법으로 정해진 특별감찰관을 아예 임명할 생각도 않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모든 수사는 대통령 측근들이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사는 그 위력을 잘 알면 알수록 더 두려운 것일까. 검찰의 경찰 수사지휘권은 법적으로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 정권의 ‘검수완박’법으로 줄어든 검찰 직접 수사 영역을 대통령령을 통해 확대하긴 했으나 그런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검찰이 영장청구권을 독점하는 한 영장 청구가 필요한 정도의 중요 수사를 경찰이 검찰 눈을 피해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도 못하고 지휘하지도 못하는 큰 공백이 생긴 것은 오랫동안 검찰을 통해 모든 수사를 장악했던 정권에는 공포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보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경찰을 장악하려고 하는 정권의 노력이 이해되지 않는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