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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尹 명예당대표 가능”…주호영 “건강한 비판 상실 우려”

입력 | 2023-02-15 19:34:00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대통령실과 여당의 관계 설정 문제로까지 옮겨붙고 있다.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 진영이 손잡고 안철수 후보 등을 견제한 데 이어 친윤 진영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명예 대표를 맡는 방안까지 제기됐다. 친윤 진영에서 강조해온 ‘당정 분리 재검토’ 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것.

그러나 안 후보와 천하람 후보 측은 “여당이 용산 출장소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후폭풍을 의식한 친윤 진영도 급하게 수습에 나섰지만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논란은 더 커지는 양상이다.


● 與 지도부서도 “비판 기능 상실” 우려
15일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당의 명예 대표를 맡는 안을 두고 하루 종일 격론을 벌였다.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명예 대표와 관련해 “누가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가능한 이야기”라고 했다. 김 후보를 지원하는 친윤 진영이 연일 대통령실과 여당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당정 일체론’을 앞세우는 상황에서 이 의원의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명예 대표 논란은 더 확산됐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없었던 현직 대통령의 명예 대표 추대를 두고 다른 후보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안 후보 캠프 김영우 선대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는 인상을 주고 대통령을 전대에 끌어들이는 처사”라고 날을 세웠다. 천 후보도 KBS 라디오에서 “(명예 대표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의 스펙트럼은 대통령보다 오히려 넓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명예 대표론’ 관련 질문에 “(당정이) 너무 일치되면 건강한 비판 기능이 없어질 수 있다”고 했다.

파장이 커지자 친윤 진영도 황급히 수습에 나섰다. 친윤 진영이 나경원 전 의원과 안 후보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대통령실의 전대 개입 논란이 명예 대표 문제로 더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그런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다. 당이 대통령과 운명 공동체로서 정책 기조를 함께하고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한다는 의지와 행동이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이철규 의원도 통화에서 “그런(명예 대표) 이야기를 한 게 아니다. 당정 분리론을 가지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기에 전당대회 국면에서 불거진 내부 갈등으로 인해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친윤 패권주의’ 불만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친윤 진영이 진화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한 여권 인사는 “대통령실과 여당이 한 몸이라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건 대통령실에게도, 당에도 모두 부담”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한 전직 의원도 “50대 이하 유권자, 당원들 사이에서는 반발만 커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나란히 30%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내년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 DJ 이후 ‘대통령 당직 겸임 불가’ 명문화
명예 대표 논란은 당정 관계와 직결된 문제다. 현직 대통령이 당의 총재를 겸임한 건 ‘3김(金) 시대’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군사 정권 시절부터 대통령은 여당의 총재를 맡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11월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총재를 내려놓으면서 대통령의 당 대표 역할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정 분리’를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초기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은 당헌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명예직 이외 당직을 겸임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당시 제1야당이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역시 같은 내용으로 당헌을 개정했다. 이후 대통령과 여당은 국무총리, 대통령비서실장, 여당 대표 등이 참여하는 당정청(현재는 당정대) 협의로 소통과 협력을 해 왔다.

전문가들도 대통령이 여당에 깊숙이 개입하는 순간 정당의 자율성이 없어지고 제왕적 대통령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대통령과 당이 일체화되는 것은 민주주의 공고화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도를 지나쳤다는 국민의 판단이 생겨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도 “시대적 흐름을 봤을 때 당정이 협력을 넘어 일체가 되면 공격을 받기 쉽고, 당 내부도 통합이 아닌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