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장관 3명과 청와대 인사 2명을 19일 기소했다.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다. 같은 혐의로 먼저 기소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을 포함하면 전 정부 고위직 인사 7명이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법의 심판대에 오른 셈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부의 알박기 인사와 새 정부의 사퇴 압박 논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와 처벌이 반복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사건’, 문재인 정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단적인 예다. 현 정부 들어서도 전임 정부에서 임명됐지만 퇴임을 않고 있는 정부 고위직과 공공기관장 사퇴 여부를 놓고 신구 권력 간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이런 폐해가 반복되는 것은 지극히 소모적이다. 퇴임 직전 대통령은 대놓고 임기 3년 공공기관장 알박기 인사를 하고, 당사자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도 버티기로 일관하고, 새 권력은 이들을 어떻게든 쫓아내려 안달이다. 연루된 부처 공무원들은 수사 대상에 오르고, 공직사회는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일도 못 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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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회에도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기관과 직책을 설정하고, 통상 3년인 기관장 임기를 2년 6개월로 고쳐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만료시키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지난해 11월 여야는 이를 논의하기 위한 정책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좀처럼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어느 쪽이 정권을 잡든 블랙리스트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여야는 하루빨리 ‘한국판 플럼북’ 논의에 착수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