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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변혁 없인 10년 후 생존 못해”… 新舊 산업 간 ‘갈등규제’ 풀어야

입력 | 2023-01-18 00:00:00

손진욱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기획관이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산업 기업애로 규제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2.12.20. 뉴시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4410명 중 73%는 “향후 1년간 세계 경제가 내리막을 걸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40%는 “회사를 탈바꿈시키지 않으면 10년 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세계적 경영컨설팅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CEO 등을 대상으로 조사해 포럼 개막에 맞춰 발표한 내용이다. PwC가 2011년 이 조사를 시작한 이후 나온 가장 비관적 전망이다.

한국 기업의 경영 전망도 나을 게 없다. 올해 성장률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져 1%대마저 위태롭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성장 둔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이 복합된 위기에서 우리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변화와 혁신 외에 다른 길이 없다. 이를 위해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새해 경제 운용과 관련해 정부에 한목소리로 요구한 것이 ‘규제 완화’다.

전문가들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규제 중에서도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으로 ‘갈등규제’를 꼽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규제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올해 규제 개선 우선순위를 조사한 결과, 26%가 갈등규제를 꼽았다. 원격진료나 공유경제처럼 기존 산업과 신산업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분야는 규제 혁신이 쉽지 않은 만큼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활성화된 차량 공유 서비스가 한국에서는 ‘타다 금지법’ 등에 가로막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 숙박업도 국내 도시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면 불법이다. 스마트폰 등으로 진료를 받는 원격의료는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 인도네시아에서도 보편화됐지만 한국은 최고 수준의 의료진과 IT 기술력을 갖추고도 예외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지만 원격의료, 의약품 배송 등은 여전히 불법이다. 법률, 세무, 공인중개 등에서 기득권층의 반발과 규제에 가로막혀 신산업과 혁신 기술이 싹을 틔우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디지털 혁신과 플랫폼 생태계의 확산으로 신구 산업 간 갈등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신산업에 대한 진입 장벽을 허물고 전통 산업과 윈윈할 수 있는 갈등 해결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변화와 혁신에 실패하고, 그 결과 시장에서 무더기로 퇴출되는 불행한 사태를 막으려면 지금 당장 서둘러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