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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 전용’ 채용 플랫폼 첫선… “3일만에 2000명 지원”

입력 | 2023-01-10 03:00:00

‘리멤버 블랙’ 내놓은 최재호 대표



최근 ‘리멤버 블랙’ 서비스를 시작한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 드라마앤컴퍼니 제공


억대 연봉자 전용의 온라인 채용관이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명함관리 앱에서 출발해 종합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성장한 ‘리멤버’(운영사 드라마앤컴퍼니)가 5일 내놓은 ‘리멤버 블랙’ 서비스다. 주로 소비재 브랜드들이 최상위 서비스로 내세우는 ‘블랙’ 서비스가 국내 채용시장에도 도입된 것이다.

리멤버 블랙은 1억 원 이상 연봉자 전용 채용공고 서비스다. 리멤버 앱에서 이용자가 직접 전년도 총근로소득 1억 원 이상을 인증하면 업종과 직무 등 조건에 맞는 각 기업의 공고들을 간편하게 추려본 뒤 지원할 수 있다.

이 회사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41)는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비스 시작 3일 만에 2000여 명의 억대 연봉자가 각종 채용공고에 지원했다”며 “현직에 있는 35∼45세의 기업체 팀장∼임원급 인재들의 지원이 대부분이며 금융권과 전문직 종사자들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재 리멤버 블랙에 오른 구직공고들은 대기업의 전략총괄 임원, 중견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찾는 자리다. 특히 디지털 혁신, 인공지능(AI), 인사, 해외사업 부문 등의 임원 수요가 높다고 한다. 최 대표는 “눈높이를 낮춰가던 ‘인생 2막’의 분위기가 아니라 현재 연봉보다 높여 이직하려는 핵심 인재와 기업의 최상위 자리 간 매칭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서비스는 구직자는 무료이고 구인 기업이 돈을 낸다.

KAIST 전자공학과를 나와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에서 6년간 컨설턴트로 일했던 최 대표는 ‘내 사업’을 하고 싶어 2013년 6월 드라마앤컴퍼니를 창업하고 2014년 1월 명함관리 앱인 ‘리멤버’를 시작했다. “미국은 온라인 이력서 서비스인 ‘링크트인’을 통해 구직자들이 유연하게 채용시장에서 이동한다. 그런데 한국은 이직 의향을 드러내면 다니는 직장에 대한 충성심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한국의 링크트인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이번에 리멤버 블랙 서비스가 나오게 된 것은 국내에 억대 연봉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권과 정보기술(IT) 기업 종사자들의 몸값이 오르면서 지난해 근로급여가 1억 원이 넘은 근로자 수는 112만 명에 달했다. 이 회사가 2020년 시작한 리멤버 경력직 스카우트 서비스의 평균 연봉도 8800만 원이었다. 최 대표는 “기존 잡 포털들이 주도한 채용 플랫폼 시장은 신입과 저연차 위주라 기업의 핵심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없었다”며 “경력직 스카우트의 대중화를 이끌며 지금까지 2000억 원의 투자(시리즈D)를 받은 자신감으로 이제는 하이엔드급 이직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예전과 다르게 기업들이 요구하는 새로운 인재상은 뭘까. 최 대표는 “경험적 역량의 내공은 충분히 쌓여 있되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갇혀 있지 않고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응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변화에 대한 유연함’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