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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황폐하게 만드는 ‘원한’이라는 감정을 파고들었다”

입력 | 2023-01-05 14:19:00

장편소설 ‘안젤리크’ 펴낸 기욤 뮈소




장편소설 ‘안젤리크’를 펴낸 기욤 뮈소는 “인상파 화가들이 작은 점을 찍어 그림을 완성하듯 소설을 쓴다”며 “요즘 들어 배경과 분위기를 묘사하는데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Emanuele Scorcelletti 


어느 날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전직 무용수 스텔라가 6층 자택에서 떨어져 사망한다. 외부 침입 흔적은 없었다. 경찰은 스텔라가 발코니에서 화분에 물을 주다가 추락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종결한다. 그러나 스텔라의 딸 루이즈는 경찰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루이즈는 스텔라의 죽음 뒤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며 전직 강력반 반장 마티아스를 찾아간다. 과연 스텔라는 왜 사망한 것일까.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49)가 지난달 21일 번역 출간된 19번째 장편소설 ‘안젤리크’(밝은세상)로 돌아왔다. 국내 출간은 올 1월 장편소설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밝은세상) 이후 11개월 만이다. 책장을 술술 넘기게 하는 ‘페이지 터너’의 장인의 녹슬지 않은 실력을 증명한 신작을 내놓은 그를 서면으로 만났다.

장편소설 ‘안젤리크’. 밝은세상 제공


―반전과 서스펜스가 넘치는 추리소설로 돌아왔다.

“서스펜스야말로 내 전매특허다. 다만 신작은 추리소설이자 등장인물의 비밀과 추억이 담겼다는 점도 생각하며 읽어줬으면 좋겠다.”

―등장인물은 저마다의 꿈을 달성하는 데 실패하고 결국 원한을 갖게 되는데….

“신작은 사람을 황폐하게 만드는 ‘원한’이라는 감정을 파고든다. 요즘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이 원한 때문에 엇나가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믿는데 실제로는 그런 삶을 전혀 누리지 못한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비참할까. 원한에 사로잡힌 인물이 끔찍한 일탈을 저지르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책 맨 앞에 영화 ‘태양은 가득히’(1960)의 원작자로 유명한 미국 소설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1921~1995)의 말을 인용했다. “그저 다른 사람이었으면 하는 불만에 흥미를 갖는다”라는 문장은 인간의 충족되지 않은 욕망을 담은 것 같다.

“신작을 쓰는데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영감을 줬다. ‘안젤리크’를 읽으면서 독자는 등장인물이 가면을 쓰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서운 비밀을 숨기고 있고, 그 비밀이 등장인물을 살아있게 만드는 동력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등장인물을 평가하거나 규정하려고 들지 않는다.

“나는 인간의 영혼이 지닌 복잡한 미로를 탐구하려고 애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다. 인간을 깊이 이해하려면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지구에서 살면서 가장 끔찍한 건 모든 사람이 나름의 이유를 지니고 행동한다는 점이니까.”

기욤 뮈소. ©Emanuele Scorcelletti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어떻게 지냈나.

“코로나19가 시작되고 나서 6개월 동안 아예 글을 쓸 수 없었다. 정상적인 삶으로 되돌아오자 마치 히말라야 등반을 마친 산악인 같은 기분을 느꼈다. 히말라야에 다시 올라가라고 하면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그래도 신작의 첫 번째 장을 꾸역꾸역 쓰고 났더니 다시 글쓰기가 가능해졌다.”

―한국 영화의 광팬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이 박찬욱이다. 박찬욱 영화는 하나같이 독창적이고 특별하다. 최근에 영화 ‘헤어질 결심’(2022)을 봤는데 역시 보석 같은 작품이었다. 영화 ‘부산행’(2016)의 연상호, 영화 ‘곡성’(2016)의 나홍진,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2019)의 김성훈 감독도 좋아한다.”

―새해를 맞은 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국 독자들이 줄곧 내게 보여주신 변함없는 열광에 깊이 감사드린다. 한국에 가서 한국어로 번역된 내 책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