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박제균 칼럼]대통령 궤도에 오른 尹, 직언·비판에 귀 열어라

입력 | 2022-12-12 03:00:00

“불법과 타협 않는다” 대통령다운 언어
이상민 자른다고 대통령이 왜 밀리나
‘제 식구 챙기기’보다 자기희생 보이길



박제균 논설주간


윤석열 대통령 취임 7개월. 비로소 대통령의 궤도에 올라섰다는 느낌이다. 취임 반년은 참으로 불안했다. 이명박 대통령 때 광우병 선동의 성공 경험에 취해 어떻게든 취임 6개월 안에 대통령을 무력화시키려 했던 좌파세력의 조직적인 대선 불복(不服). 여기에 정치경험 부족한 대통령과 정무감각 부족한 집권세력의 실책과 실수까지 겹쳐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지 걱정하는 국민이 많았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직업상 권력을 감시하는 기자들도 나와 비슷한 딜레마에 시달렸을 것이다. ①아무리 윤 대통령이 정치 초보라지만 대통령으로서 실망스럽다. ②그래도 대선에 불복하며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건 너무한 것 아닌가. ①에 방점을 둬 글을 쓰면 한쪽이 거세게 반발하고 ②에 역점을 둬 칼럼을 쓰면 다른 쪽이 달려들어 악플을 달았다. 그만큼 우리 국민이 심각하게 둘로 쪼개진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독한 편 가르기 통치가 남긴 슬픈 유산이다.

그 불안하고 불편한 시간이 흐르고, 20일 뒤면 윤 대통령도 벌써 2년 차를 맞는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아직 국정을 이끌기에 모자란다. 그럼에도 문 정권 때부터 사실상 치외법권이었던 민노총에 법치로 대응하면서 윤석열의 ‘대통령다움’을 회복하고 있다.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란 대통령다운 언어를 들어본 게 얼마 만인가.

윤 대통령이 취임 반년이 지나서 민노총에 정면 대응한 건 여러모로 평가할 만하다. 그 지난(至難)한 과정을 거쳐 정권교체에 성공하고도 정권이 바뀐 걸 실감하지 못한다는 사람들에게 선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거야(巨野)의 ‘입법 가두리’ 속에서 밀고 나갈 윤석열표 정책이 별로 없던 대통령으로선 잘한 선택이다. 더구나 ‘대통령이 직접 교섭에 나오라’고 할 정도로 오만한 거대 노조와 ‘맞짱’을 뜨는 건 윤석열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린다. 민노총을 잡아 노동개혁을 이룬다면 윤 대통령의 굵직한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때마침 사사건건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거야도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허덕이는 데다 힘의 완급 조절 없이 폭주하면서 이제는 동력이 전 같지 않다. 뜬금없이 윤 정권을 ‘군사독재’니 ‘계엄령’ 운운하며 국민감정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는 의원들은 차라리 대통령의 우군이다.

이런 정치적 환경에서 맞는 윤석열의 집권 2년 차. 정권이 보다 안정되려면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비판에 익숙지 않은 검사 체질부터 벗어던져야 한다. 검찰에서야 검사 개인이 비판받는 일이 드물지만, 여기는 정치의 세계다. 무엇보다 대통령이란 최고 권력은 원래 비판받는 자리다. 비판은 영광의 또 다른 얼굴이기에. 악의적인 비난과 사심 없는 비판은 충분히 구분할 수 있을 터. 후자에는 귀를 열어야 한다.

대표적인 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우다. 그를 싸고도는 것으로 그만큼 비판을 받았으면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하기 전에 정무적 책임을 지우고 읍참마속(泣斬馬謖) 했어야 했다. 내가 아는 상당히 보수적인 지인들도 대통령이 왜 그토록 ‘이상민 보호’에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도대체 행안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와 무슨 인과관계가 있어서 자르냐’고 생각한다면 아직 정치를 잘 모르는 것이다. 대통령을 자를 수 없으니 장관을 자르는 거다.

대통령실에선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한다. 아니, 장관 하나 자르는 게 왜 대통령이 밀리는 건가. 그건 밀리는 게 아니라 민의를 수용해 민심의 바다로 전진하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작은 것에 밀리지 않으려다 대세(大勢)에서 밀린 경우를 부지기수로 봐오지 않았던가.

이제는 제 식구 챙기기보다 자기 것을 내놓는 대통령으로 변모했으면 한다. 그것이 별다른 자기희생 없이 권력의 정점에 오른 윤석열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국민에 응답하는 길이다. 새로 지은 대통령 관저에 야당은 부르지도 않은 채 국민의힘 지도부보다 먼저 친윤 4인방과 부부 동반 만찬을 가진 게 국민의 눈에 어떻게 보였겠나.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직언에 버럭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특히 김건희 여사와 관련됐을 때 그런 반응을 보인 경우가 더러 있었다는 것이다. 뭐가 됐든 최고 권력자가 직언에 거부 반응을 보인다면 집권세력 내에 소통을 막고 아부꾼들이 득세한다. 결국엔 ‘우리가 옳다’는 집단사고의 함정에 갇히게 된다. 직언과 비판에 귀를 막아 실패한 전임자들의 전철. 윤 대통령은 밟지 마시라.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