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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째 ‘카캐리어’ 멈춘 완성차…‘로드탁송’에 신차 출고 포기도

입력 | 2022-11-28 15:59:00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파업 2일차인 25일 오전 광주 서구 광천동 기아 오토랜드 광주공장에서 협력업체 운송사인 글로비스 직원들이 임시번호판과 임시운행 허가증을 발급받은 완성차를 광산구 평동공단 출하장과 장성 물류센터 등으로 직접 옮기고 있다. 2022.11.25/뉴스1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이 닷새째를 맞은 가운데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완성차 업계에선 카캐리어 기사들이 이번 파업에 대거 참여함에 따라 전국 상당수 카캐리어가 운행을 멈춘 상황이다. 궁여지책으로 현대차와 기아는 일부 직원을 투입해 직접 차를 몰아 신차를 이동시키는 ‘로드탁송’에 나섰지만 신차 출고가 예정됐던 소비자들은 ‘받지도 않은 신차가 중고차가 되게 생겼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1년 이상 기다리던 신차의 출고를 포기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화물연대 파업 첫날(24일)부터 직원 등을 일부 투입해 ‘로드탁송’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화물연대 파업 이후 현대차 배송센터 직원들을 투입해 울산공장에서 조립이 끝난 신차를 ‘로드탁송’으로 인근 영남·칠곡센터까지 직접 옮기고 있다. 기아는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해 대응하고 있다.

‘로드탁송’은 탁송 차량 운행 중단으로 현대차와 기아가 내놓은 대안이다. 공장에 조립이 끝난 신차가 쌓일 경우 자칫 공장 자체가 ‘셧다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로드탁송에 동의하는 고객에게 주행거리 보증 연장 혜택 등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소비자들은 로드탁송시 최대 신차의 주행거리가 100㎞ 이상 늘어날 수 있다며 ‘받지도 않은 신차가 중고차가 될 수 있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10개월가량 K8 출고를 기다려온 A씨는 “기아 화성공장에서 충주 출고센터로 신차를 로드탁송 해야 한다고 하는데, 로드탁송시 100㎞가량 주행거리가 늘어난다고 한다”며 “한 번도 몰아보지 못한 신차의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것이 신경쓰여 1년 가까이 기다려온 신차 출고를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장기간 아반떼 출고를 기다려온 B씨도 “출고 예정일에도 화물연대의 파업이 진행 중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로드탁송시 각종 부작용이 걱정된다”며 “로드탁송을 거부할 경우 신차 대기 순번이 뒤로 밀린다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로드탁송에 대한 걱정에 신차 출고를 포기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 2월 신차 계약 후 약 10개월 만에 출고 소식을 접한 C씨는 “화물연대 파업 때문에 로드탁송으로 출고가 진행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로드탁송시 늘어나는 주행거리, 흙먼지, 돌빵 등이 걱정돼 결국 해당 차를 취소하고 카캐리어로 운반이 가능한 다른 완성차 브랜드의 차를 계약했다”고 했다.

오는 29일 아반떼 출고가 예정됐던 한 소비자도 “화물연대 파업에 따라 로드탁송을 권하길래 거절했다”며 “로드탁송으로 신차를 받을 거였다면 애초에 중고차를 샀을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문제는 이번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완성차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 현대차와 기아 공장으로의 부품 조달은 원활히 이뤄지고 있지만, 향후 파업 수위가 높아져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이 늘어나거나 조합원들이 지난 6월 파업 때처럼 공장 앞을 막아설 경우 부품 조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공장의 생산라인이 멈춰서는 ‘셧다운’ 가능성도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공장 생산에 문제가 없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