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 화학, 물질 생성과정 알기 쉽게 바꿔… 화학생물학-신약 개발에 큰 공로 물리학, 양자얽힘 현상 등 증명… 양자컴퓨터 첨단 기술에 공헌 생리의학, 고대 인류 유전자 연구… 진화인류학 현생 인류 건강에 기여
2022 노벨 화학상 공동수상자인 캐럴린 버토지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55), 모르텐 멜달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68), 배리 샤플리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연구교수(81·왼쪽부터). 노벨재단 제공
2022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알랭 아스페 프랑스 파리사클레대 교수 겸 에콜폴리테크니크 교수(75), 존 클라우저 미국 존클라우저협회 창립자(80), 안톤 차일링거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77·왼쪽부터). 2022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장(67). 노벨재단 제공
3일부터 사흘간 2022 노벨 과학상 발표가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순으로 끝났다. 올해 노벨 과학상은 수상이 예상됐던 유력 연구자나 분야들이 대거 수상 목록에 오르며 ‘족집게’ 시즌이었다는 평이 나온다.
올해 화학상은 캐럴린 버토지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모르텐 멜달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배리 샤플리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연구교수에게 돌아갔다. ‘클릭화학’과 ‘생물직교화학’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화학물질 생성 과정을 쉽고 간단하게 바꾼 공로를 인정받았다. 클릭화학은 분자가 효율적으로 결합되도록 하는 기능적 형태의 화학, 생물직교화학은 클릭화학을 유기체에 활용하는 화학 분야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노벨상 수상이 예견됐다는 반응을 내놨다. 박승범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두 분야는 생명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관찰하고 조절하는 화학생물학과 신약 개발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며 “생명현상 연구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 이미 수상이 예측돼 왔다”고 말했다.
올해 물리학상도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평가다. 알랭 아스페 프랑스 파리사클레대 교수 겸 에콜폴리테크니크 교수, 존 클라우저 미국 존클라우저협회 창립자, 안톤 차일링거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는 양자 얽힘 현상을 증명하고 양자컴퓨터 등 양자기술 시대를 여는 데 공헌한 점을 인정받아 물리학상을 받았다. 과학전문지 인사이드 사이언스가 지난해 이미 이들을 노벨상 후보로 꼽은 바 있다.
이들은 또 12년 전인 2010년 과학계에서 노벨상 다음으로 권위 있는 상으로 ‘예비 노벨상’으로도 불리는 ‘볼프 물리학상’을 받았다. 볼프상은 이스라엘 발명가인 리카르도 볼프가 설립한 볼프재단에서 주는 상이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분석에 따르면 볼프상 수상자 3분의 1이 추후 노벨상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노벨 과학상에서는 여러 기록도 경신됐다. 화학상을 받은 샤플리스 교수는 2001년에 이어 두 번째로 상을 받았다. 노벨 과학상을 두 번 받은 네 번째 사례다. 화학 분야의 경우 영국 화학자 프레더릭 생어가 1958년, 1980년 화학상을 두 번 받은 이후 처음이다.
생리의학상은 멸종한 고대인과 현대인의 유전자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한 스웨덴 출신의 인류학자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장이 받았다. 인류학자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정충원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인류학에서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진화인류학이나 고유전체학 등 관련 최근 연구들이 현생 인류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을 인정받은 듯하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