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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Case Study]커뮤니티-콘텐츠-커머스 한곳에… 원스톱 팬 서비스

입력 | 2022-09-14 03:00:00

BTS 소속사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 성공 전략



2020년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중개된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 더 라이브’. 팬들이 6가지 다양한 각도로 공연을 관람하면서 아티스트와 무대를 자세히 볼 수 있게 한 ‘멀티뷰’ 기능이 도입됐다. 위버스컴퍼니 제공


‘2019년 BTS(방탄소년단) 월드투어 서울 파이널 공연’을 통해 발생한 직간접적 경제 효과는 약 1조 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처럼 막대한 가치를 창출하는 ‘팬덤 경제’의 주역인 팬들에게는 여러 불편이 있었다. 공연 날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고, 공카(공식 팬 카페)나 아티스트의 개인 소셜미디어 등을 옮겨 다니며 팬덤 활동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팬들의 경험을 개선해야 음악 산업의 혁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019년 6월 커뮤니티, 콘텐츠, 커머스를 한곳에 모은 팬덤 플랫폼 ‘위버스(Weverse)’를 론칭했다.

위버스는 2019년 구글플레이의 ‘올해를 빛낸 인기 앱’에 선정됐다. 론칭 약 1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 건을 기록했고 2021년에는 5700만 건을 돌파했다. 매출은 2019년 782억 원에 이어 2020년 2191억 원, 2021년 2394억 원으로 고공 행진했다. 위버스는 어떻게 팬덤 경험을 혁신하며 246개국 사용자가 이용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했을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9월 1호(352호)에 실린 위버스의 성공 요인을 요약해 소개한다.
○ 플랫폼 하나로 모든 팬 경험 가능

위버스는 팬과 아티스트의 소통을 위한 커뮤니티, 콘텐츠, 커머스 기능을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위버스 캡처

위버스는 팬과 아티스트의 친밀한 관계 구축에 집중해 이들의 쌍방향 소통을 지원하는 ‘커뮤니티’ 기능을 제공한다. 커뮤니티는 팬들이 작성한 게시물을 모은 ‘피드’, 아티스트가 남긴 게시물을 보여주는 ‘아티스트’, 아티스트가 출연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와 실시간 영상으로 소통하는 ‘라이브’ 탭으로 구성된다.

위버스는 어떻게 하면 아티스트와 팬이 진정으로 소통한다고 느낄지 고민했다. 가령 아티스트가 위버스 앱을 켜면 “팬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새로 입점한 아티스트에게는 소통의 주제를 제시해주거나 반응이 좋았던 다른 아티스트들의 글을 공유해준다. 또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15개 언어 번역 기능을 제공해 글로벌 팬과의 자유로운 소통을 지원한다. 팬들은 아티스트 커뮤니티에 무료로 가입할 수 있고,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면 오프라인 행사에 대한 선예매 권한, 독점 콘텐츠 등 혜택이 주어진다.

커머스도 위버스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 서비스다. ‘위버스샵’은 위버스에 입점한 아티스트들의 공식 앨범, 굿즈, 공연 티켓, 위버스샵 독점 상품 등을 판매한다.
○ IT 역량으로 온·오프라인 고객 경험 개선
위버스는 엔터테인먼트사 주도로 만든 최초의 정보기술(IT) 플랫폼이다. IT 업계에서 실력 있는 핵심 인력을 영입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기술 역량을 쌓았고, 역량의 향상은 온·오프라인을 망라하는 팬덤 경험의 개선으로 이어졌다.

예컨대 2019년 10월 방탄소년단 서울 공연에서는 위버스 앱을 통해 공연 티켓, 굿즈 구매부터 구매자 확인, 이벤트 참여 신청 등이 원스톱으로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공연 당일 현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던 한정판 굿즈를 위버스샵에서 주문할 수 있게 되자 현장에서 새벽부터 줄을 서던 팬들의 불편이 크게 줄었다. 팬들은 위버스샵에서 굿즈를 주문한 뒤 현장 부스에서 QR코드를 보여주기만 하면 손쉽게 제품을 수령할 수 있게 됐다. 판매 방식이 개선되면서 이날 굿즈 판매량은 총 58만 개를 기록했다. 전년 공연에서의 굿즈 판매 매출 대비 약 2.1배 증가한 수치다.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위버스의 IT 역량은 현장 공연이 어려웠던 팬데믹에 더욱 빛을 발했다. 2020년 6월 열린 방탄소년단의 첫 온라인 유료 공연 ‘방방콘 더 라이브’에서 공연장의 모습 전부를 위버스에 고스란히 옮겨온 것이다. 사용자가 공연 관람권을 결제한 뒤 위버스 내 링크를 따라가면 바로 공연 감상 창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포토카드, 포스터, 열쇠고리 등 총 24종의 굿즈 역시 위버스샵을 통해 판매했다.

온라인 공연의 현장감도 극대화했다. 팬들이 가진 응원봉 ‘아미밤’을 블루투스를 통해 위버스 앱에 연동하면 공연장에서처럼 시시각각 색이 바뀌도록 구현했다. 또 6가지 각도에서 무대를 감상할 수 있는 멀티 뷰를 도입했다. 전 세계 107개 지역에서 75만6000여 명이 동시 접속해 공연을 관람했다. 스타디움 공연 약 15회 차 규모의 관객이 모인 셈이다.
○ 전략적 협업으로 외연 확장
위버스에 입점한 아티스트는 올해 7월 기준 56개 팀이다.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 하이브 산하 아티스트를 시작으로 2021년 7월에는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블랙핑크가 입점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블랙핑크를 비롯한 YG 소속 아티스트들의 위버스 입점은 두 회사의 전략적 파트너십 아래 진행됐다. YG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YG PLUS’는 하이브의 음반 및 음원 유통을, 위버스는 YG 아티스트의 글로벌 멤버십 사업과 팬 커뮤니케이션, 굿즈 상품 판매를 담당한다.

위버스는 올해 글로벌 메가 팬덤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네이버의 브이라이브 사업부와의 통합을 결정하기도 했다. 브이라이브 사업부는 K팝 아티스트들이 출연하는 실시간 동영상 송출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팬덤 플랫폼 사업을 한 단계 더 확장하기 위해서는 두 회사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니즈가 일치하면서 통합이 추진됐다. 임일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팬과 아티스트가 서로 소통하는 방식은 일반적인 이커머스에서의 상호작용과 매우 다르다”며 “흔히 ‘덕질’이라 불리는 팬덤 활동의 불편함을 이해하면서 ‘사용자 경험(UX)’을 넘어선 ‘팬 경험(FX)’을 구현한 것이 위버스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