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자녀들의 외식업 진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미식을 자주 접하고, 유학과 출장 등 잦은 해외 경험으로 다양한 음식을 경험한 덕에 수준 높은 입맛과 취향을 가진 경우가 많다. 자본력을 동원해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프랜차이즈화하기도 한다. 스타벅스(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토니로마스(남수정 썬앳푸드 사장), 스무디킹(김성완 경인전자 김효조 회장 장남), 닥터로빈(최민경 귀뚜라미그룹 최진민 회장 딸) 등은 재벌가 자제들이 미국 유학 시절 즐기던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성공시킨 대표적인 프랜차이즈다.
최근 재벌가 4세들은 서울 압구정과 한남동 등 힙한 상권에 개별 레스토랑 내는 것을 선호하는 모양새다. 오너의 까다로운 입맛과 취향을 반영하면서 인테리어부터 메뉴 하나하나까지 직접 꼼꼼하게 챙기는 경우가 많다고. 오너들의 ‘넘사 인맥’ 덕에 유명인들 방문도 잇따른다.
일식당 ‘스기모토’ 운영하는 한화그룹 삼남 김동선
스기모토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매장 내부.
소격동 정독도서관 인근에 위치한 스기모토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미쉐린 3스타 ‘노부’ 출신 셰프를 영입해 오픈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노부는 뉴욕의 상징적인 일식 레스토랑으로 전 세계 30개 지점을 둔 대형 체인이다. 서브 셰프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운영하는 더 플라자 호텔 일식당 무라사키 출신. 런치 오마카세 12만원, 디너 오마카세는 20만원으로 적지 않은 가격이지만, 비싼 만큼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하고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워 방문객 리뷰가 좋은 편이다.
스기모토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메뉴.
연예인 단골 프렌치 레스토랑 운영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
메종 드 라 카테고리의 매장. 메종 드 라 카테고리 인스타그램.
임 부회장은 2009년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인 터치 오브 스파이스 종로 1호점을 내고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바 있다. 오픈 당시 “5년 안에 외식 브랜드 매장 50곳을 내고 매출 5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야심 찬 계획을 밝혔지만, 쓴 실패를 맛봤다. 메종 드 라 카테고리는 임 부회장의 외식 프랜차이즈 실패 경험을 발판 삼아 탄생한 셈인데, 개인 매장인 만큼 임 부회장의 손길이 곳곳에 깊게 닿아 있다. 1∼2층 통창을 대리석으로 디자인한 고급스러운 매장 인테리어는 임 부회장의 센스로 알려졌다.
메종 드 라 카테고리의 대표 메뉴 고등어 파스타. 메종 드 라 카테고리 인스타그램.
단품 메뉴 가격은 2만∼3만원대로 인근 식당가와 비슷하다. 생면을 쓰는 파스타류에 대한 호평이 많고, 특히 성게알 파스타가 인기다.
재벌 3세 오너 셰프 쌍용건설 차남 김지운
김지운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쿠촐로 전경.
김지운 셰프는 영국 명문 사립학교인 이튼칼리지 출신으로 세인트앤드루스대에서 국제정치학을,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에서 동아시아 역사학을 전공했다. 흔한 재벌가 자녀들과 다르지 않은 루트였다. 하지만 해병대 전역 후 이태원 식당에서 설거지부터 시작해 본격적으로 외식업 길을 걸었다. 영국 유학 시절 한식이 그리워 시작한 요리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
김지운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쿠촐로 메뉴.
이진수 기자 h2o@donga.com
김윤정 프리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