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등 발달장애인 전국 25만명…정부 ‘복지 일자리’는 2년 제한 ‘현장 직업훈련’ 취업률 24% 그쳐…“일하고 싶어도 운 좋아야 취업” 전문가 “장애유형 따라 차등 지원을”
지적장애인 이지은 씨가 인천 서구의 한 식자재 마트에서 음료를 진열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경북 포항우체국에서 우편물 분류 작업 중인 자폐성 장애인 조대희 씨. 인천 서구 장애인종합복지관·경상북도장애인부모회 제공
“북구 새천년대로는 37700, 남구 상도남로는 37834….”
조대희 씨(28)는 하루 4시간씩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우체국에서 우편물 분류 작업을 한다. 관할구역 264개 우편번호를 잘 알아야 하는 골치 아픈 일이지만 조 씨에겐 ‘놀이’에 가깝다. 그가 몇 년 치 달력을 몽땅 외우는 등 ‘숫자 집착’을 가진 중증 자폐성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이 우체국 조경재 집배원은 “대희가 없으면 집배원들의 일이 느려지는 게 확연히 보일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계약 기간은 내년 8월까지고 재계약 여부는 불투명하다. 조 씨의 어머니 나성희 씨(55)는 “대희가 ‘내년에는 나 우체국 못 다니느냐’며 벌써부터 우울해한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 발달장애인 10명 중 7명이 ‘미취업’
최근 화제가 된 TV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종영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주인공 우영우가 ‘법무법인 한바다’에 정규직 변호사로 채용되는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좋은 결말은 그가 지능지수(IQ) 165의 천재였기 때문에 가능하다. 25만 명에 이르는 발달장애인(자폐성, 지적 장애인을 통칭)들에게 고액 연봉은 꿈같은 이야기일 뿐, 현실은 ‘매일 출근할 곳’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어렵게 취업해도 “2년 지나면 나와야”
초등학생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진 이지은 씨(29·여)는 성인이 된 후 10년 가까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장애인복지관 구내식당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2년 남짓 일하고 그만뒀다.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해당 일자리가 근무 기간이 2년으로 제한되는 ‘복지 일자리’였기 때문이다. 다른 장애인에게도 기회를 줘야 했다.이 씨는 올 2월 인천의 한 식자재 마트에 일자리를 구했다. 국비 지원으로 지역 내 사업체에서 인턴처럼 일하는 ‘현장 중심 직업훈련’ 프로그램으로 일을 시작해 3개월 만에 정식 채용됐다.
이 씨의 어머니 임정희 씨(51)는 “지은이는 운이 좋은 케이스”라며 “지은이 친구들은 여러 업체에서 훈련만 받고 채용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1∼7월) 현장 중심 직업훈련에 참여한 발달장애인은 457명이지만 취업으로 이어진 사람은 109명에 그쳤다. 서동명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의 정도나 유형에 따라 고용 지원금을 차등 지급해야 발달장애인 고용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