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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원더풀”… 맛집부터 대형마트까지 美 입맛 유혹

입력 | 2022-08-20 03:00:00

[토요기획]美서 커지는 김치시장
LA 번화가서 김치볶음밥 인기… 현지 코스트코-월마트 등에도 입점
작년 美수출 2825만달러… 23%↑, 현지에 김치공장 세우고 인지도 높여
대상 등 국내 식품업체들 공략 나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런스에 위치한 코스트코 매장을 찾은 고객이 종가집 김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K컬처 열풍이 불면서 과거 미국 시장에서 한인 위주로만 소비되던 김치가 현지인들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대상 제공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라 브레아’ 거리. 이국적이고 아기자기한 가게가 많아 현지인부터 관광객까지 밤낮없이 모여드는 힙한 번화가다. 이곳의 유명 브런치 가게 ‘리퍼블리크’는 평일 오전 11시를 갓 넘긴 시간에도 구불구불한 대기 줄로 붐볐다. 샌디에이고 출신 현지인 셰프가 개발한 각종 식사 메뉴와 빵을 판매하는데 이날 오픈과 함께 품절된 빵은 단 2가지였다. 딸기 우유크림케이크와 김치 포트파이(potpie·고기와 채소를 넣어 만든 파이). 헐렁한 티셔츠에 슬리퍼를 신고 온 중년의 백인 남성이 “남은 김치 포트파이 전부요”라며 재고를 쓸어갔다.

테이블 2개 건너 하나가 먹는 이곳의 인기 메뉴 역시 ‘김치볶음밥’이다. 국내 식품업체 대상에서 납품받은 김치로 만든 볶음밥 위에 수란 2개와 무순, 얇게 썬 래디시를 올려 내준다. 다양한 인종의 손님들이 포크로 볶음밥을 떠먹으며 와인도 곁들였다. 독일에서 이주한 리타 씨(31)는 “지난해 처음 먹었는데 새로우면서도 친숙한 맛이라 종종 생각난다”며 “프렌치토스트와도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직원 A 씨는 “우리 식당에서 김치볶음밥은 기본 중의 기본(Always a Classic)”이라고 했다.

만두, 불고기 등과 달리 액젓 냄새와 매운맛 때문에 외국인에게 진입장벽이 높다고 여겨졌던 김치가 세계인의 밥상에 오르는 시대가 됐다. 소득수준이 높고 인종이 다양해 소비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불리는 미국 시장에서 김치가 현지 맛집부터 대규모 유통채널까지 침투하며 입지를 빠르게 넓히는 추세다.
○ 입점 까다로운 미국 대형마트까지 침투하는 김치
캘리포니아주 남부 해안가 지역 토런스의 코스트코 매장. 회원제로 운영되는 마트인 데다 LA 중심부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인 만큼 여행객보다는 현지인 고객 비중이 높은 점포다. 최근 방문한 이곳의 냉장식품 매대에서 김치는 코스트코 인기 자체상품(PB) ‘에그바이츠’와 나란히 판매되고 있었다. 프리미엄 유기농 브랜드를 선별해 판매하는 ‘트레이더조’ LA 시내 매장에서도 3.99달러(약 5200원)에 판매되는 300g 크기 김치가 이미 절반 가까이 팔린 상태였다.

김치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입점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대형 유통채널들도 김치를 적극 선보이고 있다. 대상 ‘종가집 김치’의 경우 코스트코가 관리하는 총 8개 지역관할 중 2018년까지만 해도 LA와 샌프란시스코 지역에만 입점했지만 4년간 시카고, 텍사스 등 8개 지역 전체로 확대했다. 지난해엔 월마트도 진출했다. 홀푸드마켓에서는 김치 PB상품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인이 미국 김치 90% 이상을 소비했지만 최근 현지인 비중이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라며 “콧대 높은 대형 체인들이 김치 시장 공략에 뛰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 커지는 미국 김치시장 선점 나선 국내 식품업계

실제 미국 시장 내 김치 수요는 3, 4년 전부터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방탄소년단(BTS), ‘오징어게임’ 등 K콘텐츠 열풍을 바탕으로 한국 식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김치 수출액은 1억5991만 달러로 전년(1억4451만 달러)보다 10.6%, 2017년(8139만 달러)과 비교하면 약 2배로 늘었다. 그중에서도 미국 수출액은 지난해 2825만 달러로 전년(2305만 달러)보다 22.5%, 2017년(724만 달러)의 3.9배로 급증하며 전 세계 수출액보다 가파르게 커졌다.

국내 식품업체들도 김치에 대한 장벽이 낮아진 시점을 적극 공략 중이다. 대상은 올해 3월 국내 식품업계에서 처음으로 미국 현지에 대규모(1만 m²) 김치공장을 완공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연간 김치 2000t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갖춰 종가집 오리지널 김치부터 비건 김치, 비트 김치 등 현지 입맛에 맞춘 제품 10종을 생산한다. 원재료는 미 서부나 멕시코 등 현지에서 대부분 조달한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 조리냉동식품 등 인기 제품을 앞세워 비비고 김치에 대한 인지도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1∼6월) 비비고 김치의 미국 수출량은 전년 동기보다 40% 증가했으며 대형 아시안 식품유통업체 입점 역시 추진 중이다. 풀무원은 2019년 비건 김치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 올해 5월부터는 전북 익산에서 젓갈을 넣어 만든 전통 김치를 미국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