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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불법도청 발뺌하다 여론 뭇매 맞은 닉슨

입력 | 2022-08-12 03:00:00


1974년 8월 8일,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려 사임하는 일이 생깁니다. 바로 ‘워터게이트 사건’입니다.

공화당 후보 리처드 닉슨(1913∼1994·사진)은 197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50개 주 가운데 49개 주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합니다. 재선 초기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3선에 도전할 것이란 말도 나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1972년 6월 17일 수도 워싱턴에 있는 워터게이트 호텔 경비원이 건물 지하 주차장 문에서 이상하게 묶인 테이프를 발견했습니다. 불법 침입을 의심한 경비원은 이를 경찰에 고발합니다. 곧 국가 권력이 나서서 야당인 민주당 선거운동본부를 불법 도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한 5명의 불법 침입자 중 한 명에게서 백악관 연락처가 적힌 수첩이 발견된 것입니다. 그 수첩에는 닉슨의 재선을 위해 활동한 사람의 이름까지 있었습니다.

처음에 닉슨은 이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발뺌합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의 기자 한 명이 사건을 캐고 듭니다. 궁지에 몰린 닉슨은 보좌관들과 함께 대책을 짜면서 국가안보를 핑계로 중앙정보국(CIA)에 자신을 향한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방해하라고 지시합니다. 그러나 이때 이들의 대화가 테이프에 녹음됐고, 이는 나중에 닉슨의 사법 방해 및 권력 남용의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진실이 속속 밝혀집니다. 도청을 총지휘한 건 전직 FBI 요원인 고든 리디와 CIA 요원 하워드 헌트였습니다. 도청 장치를 설치한 건 배관공으로 위장한 CIA 요원들이었습니다.

이들 중 제임스 매커드는 담당 판사에게 쪽지를 보내 자신을 고용한 것이 백악관이며 법정에서 비밀을 지키는 조건으로 사면 약속을 받았다고 폭로합니다.

미국 상원은 특별위원회를 구성합니다. 청문회에 소환된 증인 몇몇이 대통령을 언급했고, 이 사건을 꾸미고 은폐하려는 대화가 녹음된 테이프가 백악관에 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테이프 제출을 요구받은 닉슨이 이를 거부하자 여론은 그에게서 등을 돌립니다. 더구나 닉슨이 사건 수사를 담당한 아치볼드 콕스 검사를 해임하자 엘리엇 리처드슨 법무장관이 반발해 사임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이제 언론이 나서 닉슨의 탄핵을 요구했습니다. 닉슨은 그제야 문제의 녹음테이프를 제출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심지어 테이프의 내용 일부가 지워지고 조작된 흔적도 보였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하원 사법위원회는 사법 방해를 들어 1차 탄핵, 권력남용 혐의로 2차 탄핵, 의회 모독을 이유로 3차 탄핵까지 가결합니다.

닉슨은 상원 표결 직전 사퇴를 발표합니다. 이후 닉슨은 20년 동안 회고록을 쓰거나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의 이미지 회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1994년 81세로 사망했습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