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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난 아직 살아있어… 삼성서 본때 보여줄 것”

입력 | 2022-07-19 03:00:00

5월 프로농구 삼성과 FA 3년 계약
528경기 결장없어 ‘금강불괴’ 별명
“35세지만 마지막 팀은 아닐수도”



“3년 계약 했으니 적어도 2번은 플레이오프에 나가야 한다”는 이정현은 2016∼2017 시즌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끝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없는 삼성을 강팀으로 이끌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용인=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정현 아직 죽지 않았네’ 하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프로농구 삼성의 이정현. 그는 2021∼2022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올해 5월에 KCC에서 삼성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계약 기간은 3년이다. 올해로 만 35세인 그의 이적 소식에 농구계 안팎에선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겠구나 하는 시선이 많았다. 계약이 끝나는 2025년이면 38세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15일 경기 용인시에 있는 삼성생명 휴먼센터 체육관에서 만난 이정현은 “계약하면서 ‘여기서 은퇴하겠다’ 이런 생각은 안 했다. 3년 뒤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때 가서 또 기회가 있으면…”이라고 했다. 그는 “제가 플레이오프에 떨어지는 게 낯선 선수다. KGC에서 한 번, KCC에서 한 번뿐이다. 삼성에서도 3년 계약했으니 적어도 2번은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2017∼2018시즌부터 5년간 7, 10, 7, 8, 10위를 했다. FA 자격을 얻은 뒤 이정현은 삼성 말고도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상위권 팀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직전 시즌 승률이 0.167(9승 45패)에 그쳤던 최하위 팀을 택했다.

올해 4월 삼성 지휘봉을 잡은 은희석 감독(45)이 던진 한마디가 계기가 됐다고 한다. “감독님이 ‘야, 너 이제 서른다섯이야. 5년은 더 할 수 있어’ 이러시는데 충격을 받았어요.” KCC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박수칠 때 떠나는’ 은퇴를 생각했었다는 그는 이 말을 듣고 “그간 너무 나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KCC에서 마지막 3시즌은 자신만의 농구를 제대로 못 보여줬다는 아쉬움도 컸다.

그는 “(첫 FA 때) KCC에 갔을 때는 사실 파이널 최우수선수(MVP)를 받아보고 싶었다. 내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지금은 그런 타이틀 욕심보다는 1년이라도 젊을 때 스스로를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크다. 내가 와서 팀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했다. KGC에서 뛰던 2016∼2017시즌 통합우승을 이미 경험해 본 것도 이런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은 은 감독 부임 전까지 선수들 자율에 맡겼던 야간훈련이 부활했다. 데뷔 연차가 낮은 선수들은 새벽훈련도 하고 있다. 은 감독의 이 같은 하드 트레이닝에 앞장서 분위기를 맞추는 선수가 이정현이다. 주장을 맡은 이정현은 “노력해서 한 레벨 위의 선수로 올라가거나 아니면 계약 기간 적당히 채우고 떠나는 선수가 되거나 하는 것”이라며 후배들에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정현은 프로에 데뷔한 2010∼2011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군 복무나 국가대표 차출 기간을 제외하고는 정규리그 경기를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528경기 연속 출장을 기록 중이다. 경기당 평균 출전 시간도 29분 38초다. 이 부문 역대 2위가 추승균 전 KCC 감독인데 384경기 연속 출전이다. 이정현과는 140경기 이상 차이가 난다. 이정현에게 ‘금강불괴(金剛不壞)’란 닉네임이 붙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체력이나 몸 관리의 비결을 물었더니 “같은 질문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도 딱히 어떻게 설명하기가 힘들다”며 머쓱해했다. 그는 “정상 컨디션의 60∼70%만 되면 뛰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100% 컨디션이 돼야 뛰는 선수들도 있다”며 “각자 느끼는 아픔의 강도가 다를 수 있다. 판단은 프로 선수인 본인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인=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