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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115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 대기서 물 특징 포착”

입력 | 2022-07-14 03:00:00

제임스 웹으로 가스행성 대기 분석
“구름-연무 존재” 산소량 연구 기대
흑인 소작농 집안 출신 로빈슨
55점짜리 웹 망원경 95점 만들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차세대 망원경 ‘제임스 웹’이 포착한 ‘용골자리 성운(NGC 3324)’의 모습을 12일 공개했다. 지구에서 약 7600광년 떨어진 이 성운은 가장 크고 밝은 성운 중 하나로 꼽힌다. NASA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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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이용해 외계행성 대기에서 물 형태 물질을 최초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나사는 12일 “지구에서 약 1150광년(1광년은 빛이 1년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km) 떨어진 WASP-96 행성 대기에서 구름과 연무(煙霧), 물의 뚜렷한 특징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우리은하 봉황자리에 있는 WASP-96은 거대 가스행성으로 지름은 목성의 약 1.2배이고 질량은 절반 이하다.

WASP-96b는 지구에서 1150광년 떨어진 외계 행성이다. NASA 제공.

2014년 WASP-96을 처음 확인했을 때 과학자들은 공전 주기 3.5일, 온도 섭씨 538도 이상이라는 사실은 알아냈지만 대기 관련 정보는 얻지 못했다. 그러나 JWST에 장착된 최첨단 ‘근적외선 이미지 및 슬릿리스 분광기(NIRISS)’를 통해 대기를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정밀 유도 센서 테스트 이미지. NASA 제공.

JWST는 지난달 WASP-96이 빛을 내는 항성을 지나는 ‘천체면 통과’ 현상을 6.4시간 관측했다. 이어 WASP-96 대기를 통과한 별빛과 통과하지 않은 별빛에 대한 빛 파장 흡수패턴을 통해 분광 분석을 했다. 인간 지문이 모두 다르듯 원자와 분자 역시 빛의 파장을 흡수하는 패턴이 각기 다르다. 그 패턴을 파악하면 대기 구성 원자 및 분자를 알아낼 수 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남쪽고리 성운(왼쪽 사진)과 스테팡 5중 은하의 이미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이 밖에 용골자리 대성운과 외계행성 WASP-96b도 관측했다. NASA 홈페이지

나사는 “NIRISS가 포착한 WASP-96 분광 스펙트럼(0.6∼2.8μm·1μm는 100만분의 1m)은 여태껏 인류가 외계행성 대기에서 관측한 가장 상세한 근적외선 스펙트럼일 뿐만 아니라 이전 망원경으로는 접근이 어려웠던 더 넓은 범위 파장까지 아우른다”고 설명했다.

이번 관측은 지구 밖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 연구의 대단한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자들은 JWST 분광 분석으로 외계행성 대기에서 인간 생존에 필수인 산소 탄소 등의 양과 대기 온도까지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으로 포착해 11일(현지시간)공개한 풀컬러 우주 사진

JWST가 이토록 강력한 우주망원경이 되기까지는 전체 프로젝트 디렉터를 맡은 그레고리 로빈슨(62)의 역할이 컸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11일 전했다. 미 버지니아주에서 담배 소작농 흑인 부모의 자녀 11명 중 9번째로 태어난 로빈슨은 1989년 나사에 입사해 2018년 3월부터 JWST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지구에서 7600광년 떨어져 있는 용골자리 대성운은 남반구 별자리로 태양보다 몇 배나 큰 거대한 별들이 여기서 탄생하고 있다. NASA 제공.

그전까지 나사의 많은 프로젝트 평가를 책임진 로빈슨은 꼼꼼한 업무능력과 유연한 리더십으로 취임 당시만 해도 발사 능력 적합도 55%였던 JWST를 몇 달 만에 95%까지 끌어올렸다. NYT는 “로빈슨이 ‘이제 내 임무를 다해 일자리를 잃게 됐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전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