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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총동원령 정치적 역풍 우려에…“비밀리에 모병중”

입력 | 2022-07-11 13:05:00



최근 우크라이나에 파병됐다가 6주만에 돌아온 러시아 제대 군인 4명이 체첸으로 귀환한 뒤 대우가 형편없어졌다며 비판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렸다.

한 사람은 자신들에게 약속한 2000달러(약 260만원) 상당의 보수가 지급되지 않았다고 불평했고 다른 사람은 몸에 파편이 박혀 있는 자신을 지역 병원에서 치료해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들의 불만에 대해 체첸의 독재자 람잔 카디로프의 한 보좌관이 TV에서 배은망덕하다고 비난했다. 그 뒤 보수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던 니콜라이 리파가 “약속된 것보다 더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전에는 이런 불만이 무시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러시아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 군복무에 대한 비판이 커질 것을 우려해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에 파견할 더 많은 군인들이 절실한 러시아가 “비밀 모병중”이라고 말한다. 전국적 징집이 정치적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가 파병 군인 충원을 위해 가난한 소수민족, 우크라이나내 분리주의 반군, 용병, 국토방위군을 동원하고 있으며 자원병들에게 막대한 현금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모두 전사자 통계를 극비로 취급하고 있다. 영국 군 정보당국은 최근 러시아군 전사자가 2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부상자는 이보다 10배 이상 많다고 한다. 러시아는 전투병과 보급병을 포함해 30만명을 파병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애당초 징집이 가능하도록 하는 러시아 전시상태 선언에 반대해 왔다. 이 때문에 러시아군은 다른 방법을 동원해 보충병을 충원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라고 하지 않고 “특별군사작전”이라고 호도하면서 모든 남성에 대한 동원령을 피하고 있다. 과거 아프가니스탄과 체첸 전쟁이 끝난 뒤 대중이 크게 반발했던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체첸 전쟁 뒤 대중의 반발로 러시아는 18~27세 사이의 남성이 1년 동안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데 따라 징집된 군인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해군의 기함인 모스크바호가 침몰하는 과정 등에서 징집병이 숨지는 등 수백명이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사실이 폭로되면서 부모들의 반발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러시아가 동원령을 내리지 않고 우크라이나 공격에 필요한 병력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 지에 수많은 전문가들이 의문을 표시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략을 비판해온 군사전문가 이고르 기르킨은 총동원령이 없이는 우크라이나 전체를 장악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총동원령을 기피해왔다. 대신 모병관들이 단기 파병에 큰 보상을 약속하며 제대 군인들을 모집하고 있다. 국방부 지역 모병사무소가 올린 온라인 모병 광고에는 군사 전문가들이 올린 수천건의 글들이 붙어 있다. 헤드 헌터라는 전세계 구직 사이트에는 전투 전문가를 찾는 내용이 올라 와 있다. 총류탄 발사기를 사용자, 공정부대 지휘관 등등이 구인 대상이다.

지원자들에게 제시된 보상은 월 2000달러(약 260만원)~6000달러(약 780만원)으로 제시돼 있다. 이는 700달러(약 91만원) 정도인 러시아 병사 평균 한달 보수의 몇 배에 달한다. 전쟁 전 직업군인 상병의 월급은 200달러(약 26만원) 정도였다. 일부 지원자들이 혹하기도 하고 제재로 인해 문을 닫은 공장 근로자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금액이다. 지난 5월 직업군인 연령 상한을 40세로 제한하는 법안이 폐기됐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에도 병력 부족 문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군도 마찬가지로 병력 부족을 겪고 있다.

러시아의 온라인 모병 광고는 우크라이나를 언급하지 않는다. 또 파병기간을 3개월의 단기로 정해 집에 돌아오지 못할 위험을 최소화하려 시도하고 있다. 일단 입대시킨 뒤 연장여부는 나중에 결정하겠다는 심산이다.

코카서스 지방 다게스탄 공화국이나 남시베리아의 부랴티아 공화국 등 소수민족 주민이 많은 지방 공화국 출신 군인들의 전사율이 크게 높아 이들이 최전선에 집중 배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게스탄 출신 군인들 가운데 지난달 사망자는 225명이며 부랴티아 출신은 185명인데 비해 모스크바 출신은 9명,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은 30명이다.

특히 소수민족 출신 징집병들이 직업군인 계약을 체결하도록 압박하는 사례가 많다. 자유 부랴티아 재단의 블라디미르 부다에프 대변인은 “고향으로 돌아가봤자 직업도 없을 테니 군에서 돈을 버는게 낫다고 설득한다”고 했다.

국경경비대 로스그바르디아의 부대도 우크라이나에 파병됐다. 이들은 비교적 병력 운용에 여유가 있으나 파병 교대 군인이 부족한 상황이다. 부랴티아의 여인 15명은 최근 올린 동영상에서 남자 가족과 친지들이 1월에 파병된 이후 아직도 교대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체첸의 독재자 카디로프는 2013년 러시아특수군사대학이라는 민간 훈련소를 개설했다. 체첸 반군 섬멸에 역할을 컸던 덕분에 군사적 위상이 높은 카디로프는 자신의 훈련소를 통해 체첸인은 물론 러시아인도 파병해왔다. 체첸공화국에서는 사소한 잘못으로 체포된 사람을 폭행하거나 돈으로 유혹해 억지로 우크라이나 파병 직업군인으로 만든다는 보도도 있다.

카디로프는 3개월 파병 대가로 약 6000달러와 추가로 러시아 국방부로부터 53달러(약 6만9000원)의 일당을 받는다고 약속하고 있다. 앞의 파병 군인 4명을 비난했던 카디로프의 보좌관 모가메드 다우도프는 체첸에서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3200명 가운데 불만을 표시한 사람은 4명 뿐이라고 주장했다. 체첸 TV에는 사격훈련, 시가전 등 훈련이 탁월하다고 칭찬하는 장면이 방영된다. 그러나 훈련기간은 고작 1주일 뿐이다.

체첸과 다게스탄, 인구셰티아의 당국은 현지 남성들로만 연대를 구성할 것이라고 발표함으로써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해 자원병을 늘리려 시도한다. 러시아는 분리주의 움직임이 활성화되는 것을 우려해 차르 시대부터 이런 방식의 모병을 피해왔다.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전투에 동원된 러시아군은 보너스를 지급받지 않는다. 러시아 점령지에선 18~65세의 모든 남성이 징집대상이며 최전선 군인들은 대부분 현지 징집병들이다. 이들 대부분 우크라이나 국적이기 때문에 이들의 전사와 부상은 러시아에 큰 피해가 없다. 이들은 거리에서 징집돼 거의 훈련도 받지 못한 채 참호로 보내지고 있다. 식민지시대 현지주민들을 대포밥으로 활용하던 관행이 되살아난 셈이다. 러시아가 창설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한 행정감찰관은 지난달초 자신의 텔레그램에 2만명의 부대원 가운데 2061명이 전사하고 8509명이 부상했다고 썼다.

위험이 큰 작전에는 주로 와그너 그룹 등 용병단체가 채용한 용병들이 투입된다. 와그너 그룹은 시리아와 아프리카에서 전투 경험이 풍부하다. 와그너그룹도 자원병 모집에 열심이다. 이들은 죄수들을 상대로 6개월 파병에 4000달러(약 520만원)와 생존 귀환시 사면을 약속하고 있다.

스웨덴국방연구소 요한 노르베르크는 “이들 모두 러시아의 승리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현재 위치를 고수하고 일부 전진하는데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