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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내 경찰국 신설” 권고… 경찰청 “외청 독립성 보장하라”

입력 | 2022-06-22 03:00:00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 장관의 경찰 인사-징계권 보장”
행안부 자문위 ‘경찰통제강화’ 주문
경찰 “31년만에 치안본부 부활”



“비대해진 경찰권 통제를” vs “민주-중립-책임성 훼손” 2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 브리핑에서 공동위원장인 황정근 변호사(가운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위쪽 사진). 이날 제도개선위는 경찰국(가칭) 신설, 경찰청 지휘규칙 제정 등 경찰에 대한 행안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아래쪽 사진은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이 제도개선위의 경찰국 설치 권고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하는 모습.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행정안전부 장관 자문기구인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제도개선위)가 21일 행안부 내에 이른바 ‘경찰국’과 같은 경찰 전담 부서를 설치해 장관의 실질적인 인사권과 징계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동시에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 등 행안부의 경찰 통제 강화 방안을 주문했다. 경찰청은 제도개선위의 권고안 발표 직후 지휘부 회의를 열고 “민주성 중립성 책임성이라는 경찰제도의 기본 정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며 반발했다.
○ “31년 만에 경찰국 부활하는 것”

제도개선위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 정부조직법 등에 의하면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과 관련해 소속 청장 지휘, 인사 제청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현재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조직이 없다”며 ‘경찰 지원조직’ 신설을 주문했다.

명칭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권고안에 담긴 경찰 전담 지원 부서는 장관의 인사제청권, 법령 발의 및 제안, 청장 지휘 등 경찰 관련 사무를 관장하게 된다. 그러나 경찰 안팎에선 내무부(현 행안부) 소속이던 경찰이 1991년 외청으로 독립하면서 사라진 치안본부가 31년 만에 ‘경찰국’으로 사실상 부활하는 격이란 지적도 나온다.

행안부 장관의 인사제청권을 실질화하는 방안도 권고안에 담겼다. 제도개선위는 행안부에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 그 밖의 총경 이상 경찰 고위직 인사 제청에 대한 후보추천위원회 또는 제청자문위원회 설치를 권고했다.

고위직 경찰공무원 인사가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청장을 포함한 고위직 경찰공무원에 대한 징계요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제도개선위는 장관이 소속청장을 지휘할 수 있는 ‘지휘 규칙’ 제정도 주문했다.

권고안에는 복수직급제 및 계급정년제 개선, 하위직 승진 확대, 경찰 처우 개선 등 ‘당근책’도 담겼다. 일선 경찰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 “유명무실했던 장관 제청권 실질화”
제도개선위 공동위원장인 황정근 변호사는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에 독자적 수사권과 불송치 결정권이 부여되는 등 경찰 수사권의 법적인 성격과 범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면서 “행안부와 경찰청의 관계 등에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권고안 마련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권고안을 두고 행안부 장관이 경찰 고위직에 대한 인사제청권과 징계요구권을 활용해 경찰 통제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경찰 고위직(총경급 이상)에 대한 인사 검증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관장했다. 경찰청장이 인사 대상자를 추천하면 행안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했다. 제도개선위는 유명무실했던 행안부 장관의 인사제청권을 실질화해 경찰 인사를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위직에 대한 장관의 징계요구권도 경찰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카드다. 현재 검찰청을 제외하고 경찰청 등 나머지 모든 외청은 소속 직원의 징계권을 해당 청장이 행사한다. 제도개선위는 “현행 절차상 경찰청장은 스스로 징계를 요구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 경찰, 권고안 반박 자료 내며 반발 확산
경찰청은 이날 지휘부 화상회의를 소집한 뒤 입장문을 내고 “이번 권고안은 역사적 발전 과정에 역행한다. 헌법 기본 원리인 법치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고 비판했다.

또 권고안의 문제점을 사안별로 지적하며 대응에 나섰다. 경찰은 먼저 제도개선위의 권고안이 대부분 법률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경찰은 행안부 내 전담 조직 신설과 관련해선 “정부조직법 등의 개정 없이 행안부에 경찰 조직을 신설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고 했다.

경찰 고위직 인사위원회 설치는 “임용·채용 절차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경찰공무원법 등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장관에게 징계요구권을 부여하는 안 역시 “경찰공무원법 등의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날 경찰 지휘부 회의 중에는 일부 참석자 사이에서 ‘경찰청장 용퇴론’이 거론되는 등 지휘부의 대응이 미비했다는 성토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경찰위원회는 이날 권고안에 대해 “경찰행정·제도를 30여 년 전으로 되돌리려 한다는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일선 경찰관들도 권고안에 반발했다. 서울경찰 직장협의회(직협) 대표단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 내 경찰국을 신설해 인사·예산·감찰 사무에 관여하고 수사까지 지휘하겠다는 발상은 민주적 견제 원칙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인 경찰개혁네트워크도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행안부의 경찰 통제 권한이 강화될수록 경찰이 정치권력에 직접 종속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경찰청이 이날 오후 치안감 28명의 보직 인사를 발표한 뒤 불과 2시간여 만에 7명의 발령을 번복하면서 인사 관련 내부 갈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경찰청은 “실무자의 실수”라고 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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