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여당 때는 입도 뻥끗 않더니… ‘예결위 상설화’ 다시 꺼내 든 野

입력 | 2022-06-18 00:00:00

추경호 국무총리 직무대행(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7회 국회 임시회 제1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의원 32명이 그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일반 상임위원회로 전환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맹성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보면 예결위를 상설화하고 위원들은 다른 상임위를 겸임하지 못하게 했다. 또 기획재정부로 하여금 재정 총량과 지출 한도를 보고하게 하고, 예결위 심사 결과를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논의하도록 했다. 사실상 정부의 예산 편성 단계부터 국회가 관여할 수 있는 길을 터주자는 것이다.

맹 의원은 “국회가 예산 심사에서 들러리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실질적으로 심사할 기능을 부여하자는 것”이라고 했지만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국정감사 등으로 11월 한 달 정도 예결특위가 가동돼 심의 시간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해마다 졸속 심사, 밀실 심사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600조 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 심사를 꼼꼼히 하자는 취지 자체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민주당의 앞뒤 안 맞는 태도다. 야당 시절엔 예결위 상설화를 외치더니 문재인 정권 5년 내내 입도 뻥끗하지 않고 뭉갰다. 그래 놓고 다시 야당이 되자 예결위 상설화 카드를 또 꺼내들었다. 새 정부의 핵심 정책 추진을 예산을 볼모 삼아 쥐락펴락하겠다는 노림수가 아니고 뭔가.

정부 예산을 꼼꼼히 심사하는 것은 국회의 책무다. 다만 예산 편성까지 관여하는 것은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헌법 제54조에 따르면 예산안 심의·의결권은 국회에, 예산안 편성·제출 권한은 정부에 있다. 국회의 행태를 볼 때 나라 살림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예결위에 각각의 상임위가 요청한 증액·감액을 최종 심사하고 조정하는 권한도 부여했다. 권한이 막강해져 또 다른 ‘상원(上院) 상임위’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국회 운영의 틀을 크게 바꾸는 것이다. 기재부가 빌미를 준 측면이 있긴 하지만 예결위 상설화 및 권한 확대는 심도 깊은 논의와 여야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이더니 ‘정부 시행령 통제법’에 이어 ‘예산 견제법’까지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행정부를 거야(巨野)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의도다. 법사위원장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예결위 상설화 운운할 계제도 아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