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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불씨 남긴 채 물류대란 미봉, ‘파업만능주의’ 더 세질까 걱정

입력 | 2022-06-16 00:00:00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하고 물류수송을 재개한 15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출입구 켄테이너를 실은 대형 트럭들이 줄지어 통과하고 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화물연대가 14일 국토교통부와 교섭하고 이달 7일부터 이어진 총파업을 철회했다. 올해 말 종료 예정이던 ‘화물차주의 최저임금’인 안전운임제를 계속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현재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 차에만 적용되는 이 제도를 다른 품목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8일간의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으로 레미콘 공장이 멈춰 건설공사가 차질을 빚고, 자동차와 철강 출하량이 감소하는 등 산업계 전반이 타격을 입었다. 파업이 끝난 것은 다행이지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안전운임제로 화물차주의 과속·과적·과로 문제가 해소됐는지 논란이 여전하다. 한국교통연구원 분석에서는 화물차주의 수입이 늘고 근무시간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던 반면 과속단속 건수는 다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만으로는 제도의 타당성을 단언하기 어렵다. 추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교한 효과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 기업들은 화물연대가 파업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킨 점을 불안하게 보고 있다. 이미 올 2월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해 19일 동안 농성한 데 이어 우체국택배노조는 18일 경고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올해 완성차 노조들은 전년의 2배가 넘는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하투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복합위기로 탈출구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까지 더해진다면 한국 경제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2018년 안전운임제를 법제화하면서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갈등 봉합에만 급급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당시 정부는 안전운임제가 시장경제 원리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종전 입장을 뒤집었고, 정치인들은 재계의 우려에 귀를 닫은 채 시한 3년짜리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 도입 과정이 미봉책이었다면 정부는 일몰 전 제도 시행 결과를 정교하게 분석해 국회에 보고해야 했지만 손을 놓고 있었다. 노사 갈등이 커지기 전 여야 국회의원 중 어느 누구도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는 투쟁을 모든 문제의 해법으로 여기는 ‘파업 만능주의’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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