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정충진의 경매 따라잡기]대지권 미등기, 공부하면 ‘알짜매물’ 얻어

입력 | 2022-06-03 03:00:00

분양대금 납부 안할 때 물건 나와 낙찰자가 추가로 내야 등기 가능
임대-매매 어려워 애물단지 될 수도… 경매 나온 신도시 아파트 살펴보니
분양대금 채권 시공사에 양도해 미납금액 추가로 내지 않아도 돼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신도시 지역에서 종종 ‘대지권 미등기’ 물건이 나온다. 대지권은 건물의 구분 소유자가 전유 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건물의 땅에 대해 가지는 권리다. 예를 들어 3300m²(약 1000평) 땅에 50채 규모 아파트가 들어선다면 한 채당 66m²(약 20평)씩 대지권이 생기는 것이다. 보통 신도시에서는 수분양자가 분양대금을 납부한 후 대지권 등기가 이뤄지는데, 아파트를 최초 분양받은 사람이 분양대금을 납부하지 않을 때 ‘대지권 미등기’로 경매에 나온다.

대지권 미등기 경매 물건에 대해 시장에서는 “대지와 건물이 모두 감정평가가 돼 있다면 낙찰자가 어렵지 않게 대지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틀린 말이다. 대지 감정평가가 끝난 물건이더라도 대지권을 취득하지 못할 수 있다.

보통 분양대금을 미납해 경매로 나온 대지권 미등기 물건은 미납 분양대금을 낙찰자가 추가로 납부해야 등기를 할 수 있다. 낙찰자가 미납 분양대금을 내지 않으면 대지권을 보유하고 있는 시행사가 등기 이전을 해주지 않는다. 미납 분양대금을 고려하지 않고 낙찰을 받았다가 대지권 등기를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대지권 등기가 안 된 물건은 임차인을 들이거나 매매가 어려워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쉽다는 점이다. 일부 낙찰자가 이러한 법적 분쟁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매매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자칫 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사기죄 등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다.

이렇듯 대지권 미등기 경매는 쉽지 않다. 하지만 공부를 한다면 수익이 날 만한 알짜 매물을 찾을 수 있다. 1년 6개월 전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 택지개발지구 내 한 아파트가 경매에 나왔다. 7000채 규모 대단지 아파트로 유명 건설사가 시공해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였다. 로열동, 로열층의 전용면적 124m²(49평형) 아파트로 가치가 높아 보였다. 특히 시세는 7억 원 정도로 형성돼 있었지만 당시 감정가는 5억2000만 원에 그쳤다. 매각 물건 명세서를 보니 ‘대지권 미등기, 분양대금 미납금 7000만 원을 낙찰자가 부담할 수 있음’이라는 공지가 붙어 있었다.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니 중도금 집단대출을 해준 시중은행(4억2000만 원)이 1순위 근저당권자로 설정돼 있었고, 2순위는 시공사(7000만 원)였다. 시공사 근저당권에 대해 수소문해 보니 분양대금 미납이 속출하자 시행사가 공사대금 명목으로 분양대금 채권을 시공사에 양도한 경우였다.

잘 모르는 경매 참여자라면 감정가인 5억2000만 원에 미납 분양대금 7000만 원을 고려해 최소 5억9000만 원 이상 써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시행사가 시공사에 분양대금 채권을 양도했기 때문에 낙찰대금 안에서 시공사에 배당이 이뤄지고, 추가 7000만 원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결국 필자는 감정가보다 약 2000만 원 높은 5억4000만 원을 써내 단독으로 낙찰받고, 대지권 등기도 받아냈다. 이 물건을 낙찰받은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현재 시세는 12억 원이다. 특수물건의 해법을 제대로 알고 저평가된 유망 지역을 찾아내는 실력만 갖춘다면 누구나 일궈낼 수 있는 성과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