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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위험군 아동 집 찾아가 발달 돕는다

입력 | 2022-05-23 03:00:00

서초아이발달센터 ‘조기개입’ 프로그램



18일 오후 서울 서초아이발달센터 소속 특수교사가 조기 개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39개월 서준(가명) 군의 집을 찾아가 함께 놀이를 하며 서준 군의 어머니에게 아이의 발달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을 알려주고 있다. 서초구 제공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서준이(가명) 집.

39개월 서준이는 엄마와 이후민 서초아이발달센터 특수교사를 향해 눈썹을 찌푸리고 우는 소리를 냈다. 어머니(42)가 서준이의 짜증을 받아주며 이것저것 맞춰보려 애썼지만 울음소리는 점점 커졌다. 뒤늦게 서준이의 손이 베란다로 이어지는 문을 가리킨다는 걸 알아챈 어머니가 “밖에 나가고 싶지?”라고 물어본 뒤 문을 열자 서준이는 금세 울음을 그치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는 “서준이가 문을 가리키면서 열어 달라고 한 건 처음”이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 영유아 발달 지원…지난해 문 열어
발달지연 아동인 서준이는 지난해 5월부터 서초아이발달센터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천정욱 서초구청장 권한대행은 “이 센터는 영유아 발달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설립한 지역 장애아동 지원센터”라고 설명했다.

서준이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장애·위험군 영아를 대상으로 하는 ‘조기 개입’ 프로그램이다. △학령기 이전의 발달지연 유아를 대상으로 한 ‘단기 코칭’ △임신 기간 37주 미만 또는 2.5kg 미만 출생아를 위한 ‘서초 이른둥이 조기 개입’ △두뇌 손상으로 시각 사용이 제한되는 ‘피질시각장애’ 의심 영유아를 위한 평가와 지원 등도 있다.

피질시각장애를 제외한 나머지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일상생활’ 속에서 ‘양육자’와 함께 코칭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최진희 원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아이가 치료실에 찾아가 치료를 받는데 이곳에선 양육자의 역량을 길러 궁극적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발달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미국식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요하면 어린이집과도 연계한다. 이 교사는 이날 서준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을 먼저 방문해 담임교사와 면담을 진행했다. 이 교사가 “지난주 목표는 스스로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것이었는데 어땠냐”고 묻자, 담임교사는 화장실에 간 요일과 시간 등을 자세히 적은 일지를 펼쳐 보여줬다. 어린이집 방문은 매주 이뤄진다.
○ 발달지연장애 늘지만 공공 역할 미비
현재 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대기 중인 예약자만 10명 이상이다. 최근에는 서초구가 아닌 다른 지역 주민 문의도 많다. 최 원장은 “발달지연장애 영유아 발생률은 늘고 있는데 이를 지원하는 공공기관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센터 인력과 거리 문제로 인접 지역 주민 중 일부에 대해서만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서울시 출생아는 4만7445명. 20년 전인 2000년(13만3154명)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장애·고위험군인 ‘이른둥이’(조산아·저체중아) 비율은 높아졌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국 출생아 중 조산아 비중은 8.5%(2만2900명)로 10년 전에 비해 조산아 수(2만7300명)는 감소했지만 비중(5.8%)은 1.5배로 높아졌다. 저체중아 비중(6.8%)도 같은 기간 4.9%에서 6.8%로 1.4배로 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년도 장애아동 실태조사 결과’에선 조기 개입과 관련해 ‘필요한 서비스와 정보를 어디에서 얻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46.8%에 달했다. ‘서비스 비용이 부담된다’는 응답도 17.9%나 됐다.

최 원장은 “사설 치료기관의 경우 한 달에 수백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곳도 많다. 공공 장애인복지관이나 병원은 숫자가 적어 서비스 대기 기간이 1∼2년인데 이렇게 되면 조기 개입 적기를 놓치게 된다”며 지원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센터의 비용은 피질시각장애 프로그램은 회당 8만 원, 나머지는 무료 또는 회당 3만 원이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