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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늙어가는 조폭… 조직원도 벌이도 ‘뚝’

입력 | 2022-04-21 03:00:00

경찰관리 조폭 9년새 187명 줄어




“조직폭력배(조폭)의 시대는 끝났다.”

전직 조폭 성경호 씨(41)는 2014년 이후 조폭 생활을 접고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한때 인천 부평구 유흥업소에서 ‘보호비’를 받으며 골칫거리 손님을 담당했지만 이젠 카메라 앞에서 조폭 시절 일화를 주제로 영상을 만든다. 성 씨는 “예전과 달리 곳곳에 폐쇄회로(CC)TV가 있어 폭력을 쓰면 하루 이틀 만에 경찰에 붙잡힌다”며 “법보다 주먹이 빠른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성 씨가 속했던 조직은 2000년대 후반까지도 약 100명 규모였지만 지금은 사실상 와해된 상태다. 성 씨는 “함께 조직 생활을 했던 이들 중 현재까지 주먹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은 없다”며 “대부분 식당이나 카페, 미용실 같은 자영업을 하거나 회사에 다닌다”고 설명했다.

신규 조직원이 될 만한 범죄자들도 각종 지능형 범죄로 영역을 옮기고 있다. 치안당국도 ‘조폭이 늙어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 ‘젊은 피’ 없어 고령화
20일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폭을 처벌하는 ‘폭력행위처벌법 4조’로 입건된 인원은 지난해 431명으로 2012년(852명)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조폭 활동이 줄어든 원인으로 먼저 폭력 범죄자의 검거 확률이 높아졌다는 점을 든다. 스마트폰이나 차량 블랙박스 등이 보편화되면서 증거 영상 확보가 쉬워진 것이다. 수도권 조폭 출신의 30대 A 씨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예전에는 사건 현장에 없었다고 잡아떼는 게 가능했는데 10여 년 전부터는 CCTV가 늘어나 발뺌도 못 하고 처벌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수입도 갈수록 줄고 있다. 조폭의 대표적 수입원이었던 유흥업소 보호비는 걷기 어려워진 지 오래다. A 씨는 “조폭과 금전 거래를 한 것으로 오해받으면 같이 처벌받을 수 있어 요즘 유흥업소 점주들은 손님과 문제가 생기면 바로 경찰에 신고한다”고 말했다. 재건축 현장 등에서 폭력을 행사하며 이권에 개입하는 범죄도 피해자 측 증거 수집과 신고로 처벌받은 사례가 늘면서 감소하는 추세다. 경찰 관계자는 “요즘은 조폭 활동으로 돈을 벌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 ‘지능형 조직범죄’로 옮겨 가

경찰은 최근 신규 유입되는 조폭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리 대상 명단에 오른 조폭은 지난해 5197명으로 2012년(5384명)보다 소폭 줄었다. 경찰 관계자는 “한 번 관리대상에 들면 빠지기 어렵다 보니 숫자는 유지되지만 새로 가입하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며 “기존 조폭이 고령 등으로 사망하면서 관리대상 수가 조금씩 줄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쉬운 돈벌이를 원하는 이들이 조폭 대신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조직이나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 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연령층이 다양한 조폭과 달리 지능형 범죄단체는 또래들끼리 꾸린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개중에 정보기술(IT) 기기에 친숙한 조폭들이 새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생계가 어려운 선배 조폭이 후배 밑에서 일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남건우 기자 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