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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정임수]주담대 금리 7% 눈앞 ‘긴축 허리띠’ 졸라매야

입력 | 2022-04-19 03:00:00

정임수 경제부 차장


최근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대출 빗장을 풀었다. 전세대출 한도를 전셋값의 80%로 올리는 한편 1인당 5000만 원으로 묶었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높였다. 은행마다 ‘억대 마통’이 부활했고 일반 신용대출 한도도 최고 3억 원까지 늘었다. 일부 연소득 제한 규정을 제외하고, 대출 문턱은 지난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시행하기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올 들어 금리 인상과 자산시장 부진이 겹치면서 대출 수요가 줄어들자 은행들이 대출 영업을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대출 규제 완화 기조도 한몫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역과 집값에 따라 20∼70%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70%로 단일화하고 실수요자에겐 80%까지 높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대선 이후 기다렸다는 듯 은행들이 대출 완화에 속도를 낸 배경이다.

그동안 집값 상승과 자산 거품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전방위 대출 규제에 실수요자들이 적잖은 고통을 받아왔다. 대출이 막혀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당하고 은행에서 밀려나 제2금융권을 전전하는 대출 난민이 쏟아졌다. 기업과 서민의 돈줄을 옭아맨 대출 규제를 손보는 건 그런 측면에서 불가피하다.

하지만 규제 완화 움직임이 가계 빚 증가세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지난해 말 가계와 기업이 짊어진 민간부채는 4540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2배를 넘어섰다. 가계부채(1862조 원)는 1년 새 7.8% 늘어 20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뒀고, 자영업 대출(909조 원)은 연내 1000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30세대의 가계 빚 468조 원 가운데 3분의 1인 150조 원은 다중채무자가 진 악성부채로 평가된다. 청년들이 대출 완화를 “다시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경우 이를 더 키울 소지가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도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LTV 조정은 실수요자 보호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미시적 대출 완화 정책이 확대돼 가계부채 증가 속도에 영향을 주면 물가안정, 금융안정 등에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주까지 4차례 단행된 한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은 13조 원 이상 늘었다. 미국의 긴축 속도에 맞춰 한은이 연말까지 3, 4차례 금리를 더 올릴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6%대 중반으로 치솟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최고 연 7%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르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파가 작지 않을 것이다.

새 정부는 이에 대비해 경제정책의 틀을 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실 폭탄이 터지기 전에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하면서 취약계층이 빚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관리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대출 완화의 속도를 조절하고 실수요 대출을 풀더라도 부채 위기관리와 상충하지 않는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한쪽에선 금리를 올려 돈줄을 조이는데 한쪽에선 50조 원 추가경정예산 등으로 돈 풀기 신호를 보내는 엇박자를 피해야 할 것이다.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