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세계 개발도상국들의 국가부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스리랑카에 이어 파키스탄, 이집트, 아르헨티나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속되는 중에 치솟는 수입물가와 채무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다.
부채비중이 높은 개발도상국의 일부 국가들이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압박 속에서 채무 상환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장 먼저 위험신호를 보낸 곳은 스리랑카다.
지난 12일 스리랑카는 대외 채무상환을 일시중단 한다며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긴급금융지원을 요청했다. 스리랑카 재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팬데믹으로 채무상환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IMF는 현시점 세계적 채무위기를 전망하지는 않지만 크게 우려하는 리스크라고 세일라 파자르바시오글루 전략정책 디렉터는 말했다. 오는 18일 시작되는 IMF 세계은행 춘계회의에 참석하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들과 중앙은행들이 개발도상국들의 채무 문제를 최우선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파자르바시오글루 디렉터는 전했다.
2020년 전세계 정부, 기업, 가계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56%에 달해 전년 대비 28%포인트(p) 늘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대다. 문제는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부채압박이 선진국에 비해 더 크다는 점이다. IMF에 따르면 저소득 국가 60%가 채무스트레스 위험이 있거나 이미 채무 스트레스가 심하다. 채무 스트레스란 한 국가가 금융상환 의무를 다할 수 없어 채무 재조정이 필요한 경우를 의미한다.
경험이 없는 새로운 채권자들이 최근 몇 년 사이 저금리를 등에 업고 대거 개발도상국에 유입됐다는 점도 문제다. 저금리 환경에서 수익을 좇아 연기금, 사모펀드, 정부 투자기관들이 고위험고수익의 개발도상국 국채를 사들였다.
이러한 문제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두 국가는 모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정치적 위기가 심화했고 외환보유액은 1~2달어치 수입품을 결제할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파키스탄에서는 이만 칸 전 총리가 지난 2월말 IMF 승인 없이 15억달러어치 연료, 전기 보조금 지급계획을 발표하면서 IMF 지원프로그램이 유예된 상태다. 칸 전 총리는 이달 9일 의회 불신임으로 퇴진했지만 새로운 지도자 역시 12.7%라는 소비자인플레이션을 단번에 해결하기는 힘들다.
이집트 역시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 속에서 경제 혼란이 가중됐다. 이집트 중앙은행은 지난달 자국통화를 14% 대폭 절하해 IMF 지원에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했다. 이집트는 외국투자자들로부터 더 많이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환율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환점이 됐다고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제임스 스완스톤 이머징마켓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그는 “이머징 국가들이 대외 경쟁력을 확보하고 더 많이 수출하려면 자국통화를 절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집트는 높은 빈곤율과 지속적인 노동력 감소로 장기 불황에 직면했다. 2016년 이후 이집트가 IMF부터 빌린 돈은 200억달러로 1980년대 이후 아르헨티나의 IMF 지원금 다음으로 많다.
이집트의 통화 절하 직후 이집트는 중동으로부터 최대 229억달러를 차관했고 유럽연합(EU)로부터 1억유로 지원을 연장받았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