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독립 이래 최악의 외환위기로 디폴트(채무상환불이행)를 선언한 스리랑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사그라들고 있지 않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스리랑카 전역에는 국가 경제 위기로 촉발된 물가 급등, 연료 가격 상승에 따른 단전, 생필품 부족 등에 직면한 국민들이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다.
이날 오후 수도 콜롬보 소재 대통령 관저 앞에는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대 천막 수십 개가 즐비해 있다. 천막에는 “고타바야, 집으로 돌아가라”(Gota-Go Village)라고 적힌 손글씨가 적혀있었다.
파르자나 F. 하니파 콜롬보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위 현장은 스리랑카인이 보기 드물게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다른 종교와 민족, 사회 집단의 사람들을 한데 모은 전례 없는 대중 시위”라고 밝혔다.
스리랑카 반정부 시위 요인 중 하나는 라자팍사 대통령 일가족에 의한 경제적 실정에 대한 분노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라자팍사 대통령의 친형 마힌다 라자팍사는 스리랑카 총리며, 그의 남동생 바질 라자팍사는 재무부 장관을 지내다가 이달 초 실정 책임을 지고 다른 내각 장관들과 동반 사임했다.
전문가들은 족벌정치 속 정부의 감세와 예산 관리 부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관광업이 직격탄을 받으면서 스리랑카 경제가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스리랑카는 관광업이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을 차지하는데 팬데믹 이후 관광업 종사자 2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아시아개발은행은 2019년 보고서에서 “국가 지출은 소득을 넘어서고 교역 상품과 서비스 생산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올해 스리랑카의 총채무변제액은 이자와 원금 일부 상환을 합하면 70억달러고 경상수지 적자는 30억달러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