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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47일째 머무는 임시 지휘본부 첫 공개… “불꺼진 사무실서 항전”

입력 | 2022-04-12 03:00:00

“공습대피 신호 뜨면 지하층 이동… 키이우 남기로 한건 내 선택
대통령 아니었더라도 남았을 것”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이 미 CBS 다큐멘터리 ‘60분’ 제작진에게 러시아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불을 끈 채 지내는 자신의 임시 지휘본부를 공개하고 있다. CBS 방송 영상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요새화된 자신의 임시 지휘본부(command center) 사무실 내부를 처음 공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통령실 직원, 경호 인력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 47일째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업무를 하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방영된 미국 CBS 다큐멘터리 ‘60분’에서 공개된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무실은 기관총을 든 장병들이 지키고 있었고 곳곳에는 폭발물도 설치돼 있었다. 건물 내부가 캄캄해 손전등을 켠 채 건물에 들어선 CBS 기자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습 중 폭탄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불을 켤 수 없다. (사무실 건물이) 늘 어두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근무하는 것이 어떤지 묻는 질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어쨌든 일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달리 방도가 없다”고 답했다.

이곳이 신변 위협으로부터 안전한지 묻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괜찮다. (신변 위협에 대해) 꽤 침착한 마음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경비대는 공습을 염려하고 있는데 공습대피 신호가 뜨면 우리 모두가 지하층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CBS는 “러시아 침공 3, 4일 안에 키이우가 함락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그건 젤렌스키가 도망갈 것이라는 가정하에 내려진 추정”이었다며 “젤렌스키가 국민들에게 도망가기를 거부했다고 밝힌 순간 우크라이나 역시 무너지기를 거부했다”고 평했다.

아내와 두 아이에게 키이우에 남기로 결정한 뒤 뭐라고 설명했느냐고 묻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다른 선택은 있을 수 없었다. 설령 대통령이 아니었더라도 우크라이나에 머물렀을 것이다. 가족들은 (내 선택을) 이해해줬을 뿐 아니라 온전히 지지해줬다”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를 영웅으로 만들려는 것도 아니다. 나도 가족을 사랑하고 더 오랜 시간을 함께 살고 싶다. 하지만 도망가느냐, 우리 국민들과 함께하느냐의 선택 사이에서는 당연히 목숨을 바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 “도와줄 수 없다면 유엔은 존재 이유가 없다”며 직설적인 발언도 피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그는 “조국을 파멸로 이끄는 외교라면 더 이상 관심이 없다. (전쟁 이후) 많은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와 우리 국민들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하지만 우리가 너무 큰 대가를 치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현대 사회에서 한 사람이 살기 위한 능력, 그야말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며 “이 권리가 그렇게 비싼 건지 몰랐다. 이건 인간이 당연하게 보장받아야 할 권리”라고 강조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