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신정부 출범 이후 한중관계: 상호존중과 협력,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한중 전문가 대화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2.4.7/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5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직접적인 지도에 따라 지난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는 ‘용인’하면서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가능성에 ‘간섭’하는 중국의 ‘이중적’ 행보에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 고착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7일 한 한중 전문가 대화에 참석, 기조연설에서 “사드 문제로 한때 최악으로 치달았던 중한(한중)관계가 양국의 공동 노력으로 정상 궤도를 회복하긴 했지만 아직도 그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며 “사드는 중한관계의 금기어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싱 대사는 “양국은 다시는 그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도 사실상 ‘경고’ 했는데 이는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기간 중 언급한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사드 배치가 추진될 경우 ‘한한령’(限韓令) 등 ‘보복 조치’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당선인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안보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일찌감치 미국 주도의 경제협력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 네트워크’(IPEF)에 참여하겠단 의사도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싱 대사의 이번 발언은 ‘한미동맹 복원·발전’을 기치로 내건 윤석열호 출범을 앞두고 일종의 ‘견제구’ 성격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전랑외교’(戰狼外交·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는 외교)로 평가될 정도로 강압적인 외교를 앞세우는 중국이 한미 간 ‘밀착’ 행보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반면 중국은 북한 사안에 대해서는 러시아와 함께 ‘뒷배’를 자처하며 ‘북중러 3각 협력’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달 24일 북한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을 당시 북한을 공개적으로 두둔하기도 했다.
향후 안보리 차원에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 채택 논의가 진행되더라도 미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중러 양국은 나름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북한에게 계속해서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싱 대사는 이날 “중국은 미국 측에 실질적 조치를 통해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에 대응하고 북미 간 신뢰 구축을 위한 여건을 마련할 것을 호소해왔다”며 ‘미국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련의 정황은 미국이 강조하는 ‘한미일 3각 협력’에 이미 ‘적극성’을 보인 바 있는 윤 당선인을 감안할 때 향후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싱 대사의 사드, 공급망 등 발언은 상당히 의도적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며 “당연히 베이징의 오더를 받아서 움직이는 것일 텐데 현재로서는 대한 경고 메시지가 먼저 나왔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