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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37.5, 1만1079 그리고 패럴림픽[광화문에서/황규인]

입력 | 2022-03-22 03:00:00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은 한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우리에게 알려준다.”

스티븐 호킹 박사(1942∼2018)는 이렇게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거는 기대가 컸던 이유이기도 하다. 심 후보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주요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시각장애인용 공보물 3종 세트(점자, QR코드, 이동식저장장치)를 모두 만들었고, TV 토론회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래서 대선 기간인 4일 열린 2022 베이징 겨울패럴림픽 개회식 때도 근사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심 후보 측은 이날 페이스북에 게시물 9개를 올렸지만 패럴림픽 관련 내용은 하나도 없었고, 따로 메시지를 남겼다는 보도도 없었다. 본인도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강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관련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결국 장애인 체육 담당 기자의 기대를 충족한 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한 명뿐이었다. 윤 후보는 개회식을 앞두고 “모든 장애인 선수들의 성취와 감동이 경기장 밖 일상에서도 빛날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내일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 글 제목에 난수표처럼 쓴 숫자를 풀어보면 이제 당선인이 된 윤 후보가 내일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

20.2는 장애인 가운데 규칙적으로 운동에 참여한 비율(%)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21년 장애인 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만 10∼69세 장애인 5명 가운데 1명만이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체육 활동에 참여했다. 장애인 인권 선진국이라고 평가하기 쉽지 않은 중국(23.9%)보다 한국 쪽 참여율이 더 낮았다.

37.5는 이번 패럴림픽에 참가한 한국 대표 선수 32명의 평균 나이(세)다. 이 대회에 선수를 15명 이상 파견한 나라 중 평균 나이가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이었다. 지난해 도쿄 여름 대회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도 평균 40.5세로 역시 최고령이었다. 생활체육을 통해 ‘유망주’를 찾지 못하다 보니 ‘엘리트 선수’도 점점 나이 들어 가는 것이다.

1만1079는 전국 학교(유치원)에 있는 장애통합학급 숫자(곳)다. 2011년(9664곳)과 비교하면 14.6%가 늘었다. 문제는 체육 수업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체육 수업을 진행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 장애인 학생은 체육 수업에서 소외당하기 일쑤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접한 경험이 적으니 운동을 하지 않은 이유로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16.9%)를 꼽은 장애인이 두 번째로 많은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장애인 생활체육 인구가 늘어나는 건 사회 전체적으로도 좋은 일이다. 복지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체육 활동은 장애인 1인당 연간 의료비를 최대 520만 원까지 줄여준다. 이 글을 읽는 장애인이 계시다면, 본인을 위해, 그리고 세상을 위해 얼른 몸을 움직여 보시라. ‘모든 시작은 기적의 문을 여는 열쇠다.’(파우스트)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