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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폭격하는데 가족은 연락두절…러시아는 침공 중단하라”

입력 | 2022-02-27 14:08:00


국내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들이 27일 서울 중구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제재 등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국민적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2022.2.27/뉴스1 © News1

“지금 수도 키예프에서는 공중폭격이 이뤄지고 있고 가족은 연락이 되지 않아 너무 걱정돼요.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러시아가 되길 원하지 않아요.”

27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재한 우크라이나인 200여명이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5년째 한국 체류 중이라는 유학생 A씨(여)는 “집회에 오려고 부산에서 친구들과 올라왔다”고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스크에 우크라이나 국기색인 파랑·노랑 스티커와 한국 국기 스티커를 붙인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원한다’ ‘살인자 푸틴’ ‘sanctions for Russia(러시아에 제재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국내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들이 27일 서울 중구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개최한 집회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히틀러로 빗댄 종이를 든 채 행진하고 있다. 2022.2.27/뉴스1 © News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에 콧수염을 합성한 잡지 표지, ‘아돌프 푸틴’이라 적은 손팻말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군사작전을 승인한 푸틴 대통령을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 빗댄 것이다.

러시아의 침공이 나흘째에 접어든 만큼 참석자들은 불안한 심정을 전했다. 10년간 한국에 머무르며 불도를 닦은 우크라이나 출생 원학스님(36·남)은 “부모님이 키예프 근교에 살고 있다. 대피할지 말지 고민하다 두 분 다 총을 갖고 계시기로(대피하지 않기로) 했다”며 “올해 서른살인 남동생은 어제 군대에 자원했다”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스님은 “한국의 도움을 받으면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해 한국 사람들에게 우리 상황을 알리기 위해 나왔다”고 관심을 부탁했다.

집회에는 재한 우크라이나인 외에 전쟁을 반대하는 한국 시민도 참석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동 중인 김도경 변호사는 “현지에 친구가 있어 힘을 실어주고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을 알리고 싶어 동참했다”고 참가 동기를 밝혔다. 또 다른 시민 B씨(남)도 “우크라이나 친구가 있어 함께 했다”고 말했다.

앞서 24일 관할 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한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는 “특정 단체가 아닌 재한 우크라이나인이 자발적으로 모여 한마음으로 개최한 집회”라며 “러시아의 공격을 멈추는데 한국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집회에 앞서 우크라이나 국가를 제창하고 대러 제재를 포함한 한국 정부의 지원과 지지를 호소했다.

국내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들이 27일 서울 중구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제재 등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국민적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2022.2.27/뉴스1 © News1

이들은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사회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줄 것을 절박한 마음으로 호소한다”며 “러시아에 대한 대한민국의 적극적인 경제제재를 신속하게 부과해준다면 우크라이나에 많은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과 같이 우크라이나는 주변 강대국들의 수많은 침략을 이겨내며 국권을 지켜왔다”며 “오늘날 선진국을 이룬 대한민국이 경제적 제재를 강화해 제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러시아를 저지하는데 힘을 보태주길 대한민국 정부와 대통령 후보들에게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회견을 마친 뒤 “푸틴 전쟁을 멈춰라” “우리 국민 살인을 중단하라‘ ”우크라이나 만세“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가장 소중하다“ 등 한국어와 영어, 우크라이나어로 구호를 외치며 덕수궁 돌담길과 배재학당, 주한 러시아대사관을 지나 분수대까지 40분가량 행진했다.

(서울=뉴스1)